북한 핵 실험으로 인한 각국 제재 강도가 더 높아감에 따라 한국교회의 북한 지원 정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각 교단, 연합기관, 선교단체, 교회 및 NGO 등이 장기적으로 북한교회와 민간에게 지원해 온 여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정부가 교회를 포함 모든 단체의 북한지원을 즉각 중단시킨다면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어 온 구호 사업도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국내 반북 정서에 의하여 보수주의자 혹은 교회들은 어떤 이유로든 북한지원을 방해할 것이다.

북한 지원이 민간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모두 핵무기 개발에 투입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상, 인도적, 혹은 선교의 목적을 내세워도 국민들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유엔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앞으로 대북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특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정치나 이념에 따르지 말고 순수하고 신앙적인 결단에 의하여 대북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을 결단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처럼 한반도의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을 때, 교회가 더욱 앞장서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내 진보와 보수의 일치된 자세이다. 현재로는 진·보수가 서로 대립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원활한 대북지원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립보다 우리 한국교회가 먼저 신앙으로 서로 단결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려는 의지를 보여 줄 때 국민들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결코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여 지원을 중단하면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대북 지원사업의 명분이 전시효과를 노린 것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서독 교회가 동독교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줌으로써 독일통일에 큰 기여를 했듯이 한국교회도 한반도 평화 통일에 기여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목적에 교회가 말려들 필요도 없고 또 이념적 혹은 국제정세가 만들어 낸 논리에 따라서도 안 된다.

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믿음과 신앙의 양심에 의하여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국제사회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고 특히 강력한 경제적 제재로 인해 북한주민이 견디기 힘든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북한을 제재와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방식은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이판사판으로 전쟁마저도 불사하게 하는 오기만 자극시켜 줄 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국에서는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이 생각하고 있다 해도 우리 국민은 조금도 동요 없이 냉철한 자세로 자기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안전 불감증이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이는 우리 국민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강렬한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강대국을 의존하지 말고 우리 한민족이 자주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진정한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한국교회는 세상에 휘말리지 말고 꾸준히 굶주린 동포를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