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멧비둘기 다정다감한 새 <5>
자연과 사람 멧비둘기 다정다감한 새 <5>
  • cwmonitor
  • 승인 200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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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동(李 紀 東)목사 부여 수암교회

둥지가 있는 나무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언제나 놀라기 잘하는 멧비둘기는 푸드덕 날아가 버린다. 내가 둥지에 있는 알을 살펴보면, 얼마 동안 멧비둘기가 돌아올 때까지 알은 비를 맞게 된다.

오후 4시가 넘어서도 보슬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멧비둘기 알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4시 30분 경에 꽃밭에 있는 개잎갈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멧비둘기 둥지에 알 2개가 그대로 있었다.

보슬비를 맞으면서 산에 올라가 한 그루 밤나무에 있는 멧비둘기 둥지도 살펴보았다. 알은 따뜻했다. 나는 어미 멧비둘기가 빨리 둥지로 돌아와 다시 알을 품기를 바라며 내려왔다. 등산화가 축축하게 젖었다.

5월 9일 월요일 맑음

요모조모 뜯어볼수록 예쁜 새들 구구는 우리 집 귀염둥이로 자랐다.
“잘 잤니? 맛있게 먹어.”
아침마다 아이들이 일어나 먼저 구구에게 다가가 인사하며 모이를 주었다.
“구구구.”
구구는 작고 동그란 눈으로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구구거렸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내가 먼저 애창곡 ‘비둘기 집’을 부르면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 따라 불렀다.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우리 집 개잎갈나무에 올라가 멧비둘기 알이 놓여 있는 둥지를 살펴보았다. 알을 잘 품고 있었다.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나는 멧비둘기 둥지가 있는 뒷동산에 올라가며 자연스레 노래를 불렀다.
어디선가 꾀꼬리가 별안간 나타나 나더러 음치라고 하는 듯,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며 파도치는 모양으로 날아다녔다.

“와아, 정말 예쁘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한 그루 밤나무 근처에 가자 멧비둘기가 알을 품다가 놀라서 날아갔다. 밤나무에 올라가 둥지를 살펴보았다. 알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놓여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백로를 보고 싶다고 어리광을 부렸다. 아이들과 백로 서식지에 가보았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소나무마다 빽빽한 둥지에서 일제히 날아올랐다. 알에서 깨어난 하얀 새끼 새들이 드러나 보였다. 키가 큰 소나무에 올라가 아무리 뜯어보아도 새끼 새를 보고는 쇠백로인지, 중백로인지, 중대백로인지, 황로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단지 왜가리, 해오라기 새끼만 구별할 수가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에 올라가 아파트처럼 층층이 튼 둥지들을 살펴보았다. 아직 알이 놓여있는 둥지, 갓 깨어난 새끼와 알 껍질을 깨려고 힘껏 발버둥치는 새끼가 있는 둥지, 나에게 삼킨 물고기를 토해서 뱉고 똥을 싸며 공격하는 꽤 자라난 새끼가 있는 둥지들을 요모조모 뜯어볼수록 재미있었다.

5월 11일 수요일 비

꾀꼬리가 설계도도 없이 튼튼하고 포근한 둥지를!
꾀꼬리가 매일 뒷산에서 노래하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한낮에 혼자 숲 속에 숨어서 앉아 있었다. 꾀꼬리 두 마리가 다정하게 상수리나무 가지 끝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미 둥지는 밥그릇 모양으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부리에 깃털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어쩌면 설계도도 없이 저렇게 둥지를 잘 지을까?” 꾀꼬리는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집도 잘 짓는다. 오후 3시경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산에 있는 멧비둘기 둥지 가까이 갔더니 푸드덕 날아갔다. 멧비둘기가 오랫동안 둥지를 떠나서 알이 차가워질까 봐, 둥지가 있는 밤나무에 올라가 보지 않았다. 이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빨리 돌아와서 알을 품으렴.” 나는 비가 퍼붓기 시작하여 산에서 내려왔다.
‘꾀꼬리 둥지가 가지 끝에서 떨어지지 않았을까?’
‘새들은 어디서 소나기를 피했을까?’

새 박사님께 전화했더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꾀꼬리가 지은 둥지는 설계도도 그리지 않고 짓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아요. 나는 지금까지 꾀꼬리 둥지가 비바람에 떨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새들은 숲 속에서 몸을 숨길 곳을 잘 찾아 비를 피해요. 웬만한 비를 맞아도 그냥 깃털에서 흘러내리고, 그래도 젖으면 몸을 흔들어 빗물을 털어 버려요.”

5월 12일 목요일

먼저 밤새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참나무 가지 끝에 꾀꼬리 둥지가 떨어지지 않았나 궁금해서 아침 일찍 숲을 헤치고 달려가 보았다. 그대로 잘 매달려 있었다. 어쩌면 설계도도 없이 저렇게 가지 끝에 비바람이 몰아쳐도 떨어지지 않게 집을 지어 놓았나? 꾀꼬리 한 쌍이 경계하며 맑고 고운 목소리로 운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집에 있는 멧비둘기 둥지 알 사진 1장 찍다. 자세히 살펴보니 희디흰 알 한쪽이 약간 회색빛이 돌았다. 부화 때가 가까워지면서 한쪽 색깔이 그늘진 것처럼 회색빛이 감도나 보다. 오전 11시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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