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됨 (Servanthood) 신학교 지망생들에게
종됨 (Servanthood) 신학교 지망생들에게
  • cwmonitor
  • 승인 200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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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 신 교수(숭실대, 기독교 사학)

해마다 이때가 되면 틀림없이 ‘시험지옥’이 찾아온다. 우리 나라처럼 시험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시험으로 이어진 교육을 받아 밝은 표정을 잃고 있다. 그 가운데는 이 시험지옥이 싫어 목숨을 끊는 아이도 있다. 오래 전부터 이 시험지옥을 없애자고 해 왔지만 올해도 또 그 지옥은 찾아 왔다.
이러한 시험의 계절에 교회 공동체도 야단이다.

각 교단의 신학교를 비롯하여 여러 초교파 신학대학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또 그 지옥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한다. 천국의 삶을 이야기할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지옥을 통과해야 한단다. 우리의 성직자들이 활기를 잃고 지쳐있는 이유가 바로 다른 사람들보다 적어도 한번 더 이 시험지옥을 겪은 탓이리라. 그런데 나는 오늘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 입학시험을 치겠다는 이들에게 신학교 입학시험보다 더 중요한 ‘시험’ 하나를 더 드리고자 한다. 그것은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시험이다.

신학교 입학시험을 치기 전에 하나님 앞에 무릎꿇고 앉아 스스로를 시험해 보라고 권고하고 한다. 그대들은 정말 “종이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가려 하는가. 내가 살던 미국 오클라호마에는 크리스마스가 오면 빠지지 않고 교도소를 찾아가 죄수들의 발을 씻어주는 천주교 주교가 있다. 그는 백인 죄수의 발이든 흑인 죄수 발이든, 남자 죄수 발이든 여자 죄수 발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구분치 않고 씻어준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종됨”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슬래트리라는 이 주교는 “기독교의 본질은 종됨이다”(The essence of Christianity is servanthood)라고 선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높으신 자가 종이고 통치자가 종이고 종이 통치자다”(It is the servant who is the highest, the servant who is the ruler and the ruler the servant)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다. 이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하나님은 낮고 천한 사람의 자리로 오시어 그들 위에 군림한 삶을 꾸리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그들을 위해 울고 기도하셨으며, 끝내 그들을 위해 죽으셨다. 바로 이 분을, 이 분의 삶을, 이 분의 가르침을 배워 전하고자 하는 성직자 지망생들은 이 “종됨”의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영어가 문제가 아니고 일반상식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성경지식도 이차적이다. 무엇보다도 “종됨”의 진리를 모르고 “종됨”의 삶을 꾸릴 결심이 없다면 스스로 신학교 가기를 포기하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교회에는 이 종됨의 오묘한 진리를 모르고 이 종됨의 삶의 즐거움을 잊고, 오직 위에 군림하는 성직자들을 많이 본다. 외제차를 타고 가난한 서울 골목을 누비는 성직자들, 고급양복을 걸쳐 입고 노숙자들이 들어 누운 서울역 앞 길거리를 거룩한 모습으로 성경과 찬송가를 들고 지나가는 성직자들, 교회 돈을 자기 돈인냥 함부로 써대는 성직자들, 아니 고급호텔에서 식사를 즐기며 가난한 과부의 가정심방을 거절하는 성직자들을 우리는 보고 있다. 성직자들 가운데 이 “종됨”의 가르침을 잊은 이들이 많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시험지옥이 찾아온다.


신학교 지망생들도 시험준비에 바쁘다. 이 ‘지옥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종됨”의 삶을 꾸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시험’하고 싶다.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내일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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