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정각, 나는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떠나는 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려는 욕심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두 마리 새끼새는 얼른 둥지에 납작 엎드려 있다. 나는 카메라에 70mm 렌즈로 갈아 끼우고, 깃털이 보송보송 잘 말라서 앙증스런 꼬마물떼새 새끼들을 아주 가까이 사진 찍었다.
어미새는 내가 새끼들을 해칠까 봐, “피유, 피유” 울며 5미터 정도 달아나더니, 다시 날개를 파닥거리며 의상행동을 하고 있다.
4시 1분, 나는 꼬마물떼새가 놀라지 않게 둥지에서 멀리 가서 카메라에 다시 600mm 렌즈로 갈아 끼우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어미새의 눈동자와 새끼새의 눈동자를 번갈아 보며 초점을 맞추어보고 있었다. 어미새가 둥지에서 1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새끼들에게 호령하듯 큰 목소리로 “삑삑, 삑삑” 울어대고 있다. 나는 새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일어나 걸어라” 하는 뜻이리라.
4시 10분, 두 마리 새끼새가 웅크리고 있다가, 마침내 첫째가 먼저 일어나 둥지를 떠났고, 이어서 둘째도 둥지 밖으로 나갔다. 첫째는 아마도 부화한지 약 10시간만이고, 둘째는 부화한지 정확히 3시간 30분이 지나서 둥지를 떠났다.
이 기 동(李 紀 東)목사 부여 수암교회(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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