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에니어그램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 cwmonitor
  • 승인 2009.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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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의 기초과정에서는 인간의 9가지 성격 유형을 다룬다. 그것은 성서가 말씀하는 육에 속한 인간의 9가지 속성이다. 육적 인간의 죄성과 어둠을 체험적으로 통찰했던 에바그리우스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영적 통찰을 제시해 주고 있다.
고대 에니어그램의 전승은 오늘날과 같은 단순한 성격 유형론이 아니라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것은 수행자들의 영적 도구였다. 에니어그램이 수피의 전승 가운데 나타난다고 하지만 수피는 천년의 기독교 전통을 가졌던 동로마제국의 영역에서 주로 발전되어 왔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슬람의 땅과 아르메니아로 피신했던 그리스도인들의 영성, 특히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를 비롯한 사막 교부들의 영성이 수피의 전승 속에 녹아 있음을 필자는 그들을 방문하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345~399년. 현재 그루지야 지방 출생))는 사막의 교부로서 깊은 학식을 겸비한 영적 저술가였다. 그는 자신의 유혹과 욕망을 극복하는 수행의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탁월하게 통찰하는 수도자가 됐다.

에바그리우스에 의하면, 인간 영혼은 이성부(理性部 the rational part)와 정념부(情念部 the irascible part), 그리고 욕망부(慾望部 the concupiscible part)로 구성되어 있다. 영혼의 이 삼중 구분은 그리스 철학 전통, 특별히 플라톤에게서 유래하는 것으로 에바그리우스 인간학의 주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은 현대 에니어그램을 정립한 오스카 이카조의 관점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영혼은 타락한 정신의 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부는 영혼의 가장 고귀한 부분으로서 타락한 정신의 직접적 연장(延長)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성부를 통해서 정신은 여전히 그 본래의 능력(본질적 인식)을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흔히 욕정부(欲情部 the passionate part)로 통칭해서 부르는 정념부와 욕망부는 영혼이 육체에 연결되는 부분들이다. 본질적 인식에서 멀어진 타락한 정신은 한 육체 안에 있는 영혼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므로 육체를 정화하고 영혼의 욕정부를 정화함으로써 이성부는 다시 본질적 인식을 얻게 된다.

결국 영성생활은 영혼의 이 다양한 부분 안에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덕을 쌓고 인식을 얻기 위한 영적 투쟁으로 간주된다. 그는 인간의 아홉 가지 욕망을 “9가지 죄에 이르는 생각(로기스모이)에 관한 가르침”으로 설명한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생각이지만 어떤 생각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하면 그 생각은 “죽음에 이르는 생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불행은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나로 아는 동일시에 있다. 그것들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과 분리가 일어나지 않을 때 인간의 삶은 제대로 작동 될 수 없다. 그 의식권에서는 영성을 말할 수도 없다. 생각과 감정에 매이지 아니하고 깨어있는 의식으로 잘 맞이하고 잘 보내 줄 수 있다면 마음은 어떤 상태에서도 고요함 (아파테이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로기스모이는 분노, 교만, 허영(명예에 대한 갈망) 질투(자기 연민), 인색, 탐욕, 음욕, 나태(무관심), 악덕( 빗나간 사념)이다.
에바그리우스는 인간의 욕망을 본능적ㆍ감성적ㆍ정신적 욕구로 분류했다. 본능적 욕구에는 식욕, 성욕, 물욕의 본능이 있다. 식욕은 삶을 즐기게 하며 성욕은 삶을 생기가 넘치도록, 물욕은 우리 삶을 안전하게 한다. 그러나 본능에 중독되면 식욕은 탐식이 되고 성욕은 방탕, 물욕은 소유욕으로 변한다. 본능에는 두려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식욕은 “굶지는 않을까”, 성욕은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물욕은 “가난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출발한다.

감성적 욕구에는 슬픔, 분노, 게으름(아케디아, Akedia)의 감정이 존재한다. 슬픔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다. 슬픔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비애와는 다르다.

분노는 내적 분열에 이르게 하고 세상에 대해 도전하게 한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내면의 공격성이 파괴적인 힘으로 분출된다. 아케디아는 흥미가 없는 상태로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아케디아는 순간에 존재하는 능력의 결핍을 의미한다. 본능적 욕구는 중독되느냐, 자유롭게 되느냐가 관건이지만 감성적 욕구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과제다.

영적 욕구는 명예욕과 시기심, 교만이 존재한다. 명예욕을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평가로만 살아간다. 이들은 칭찬받고 이해받길 바란다. 시기심은 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한다. 시기심에는 누구보다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교만은 자신의 진면목 보기를 거부하게 한다.

교만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상적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다. 이 9가지 욕망에 대한 가르침은 영적인 길, 곧 하느님과의 일치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느님과 일치를 위해선 삶에서 이 9가지 욕망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잘 다스려나가야 한다.
이병창 목사 / 시인·진달래교회moa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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