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 추석에는 더 큰 사랑을
더불어 사는 삶 / 추석에는 더 큰 사랑을
  • cwmonitor
  • 승인 2009.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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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망애복지재단에는 300여 명의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성인들이지만 가족이나 연고자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족이 처음부터 없을 리는 없고 장애 때문에 가족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지능이 아주 낮은 정신지체 장애인들도 가족의 사랑만은 기억하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울면서 떼를 쓸 때가 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영구라는 정신지체 가족이 있다. 지능이 워낙 낮아 대화는 물론 교육조차도 전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장애를 받고 있다. 연고자 없이 행려자로 입소를 했는데 입소하는 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소리를 지르고, 심한 난동을 부렸다.

입고 있던 옷을 맨손으로 찢어버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이불을 덮어 주면 그 이불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심지어는 장판 벽지 등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찢어버렸다. 시멘트 바닥에 나무 침대를 넣어주고 알몸으로 지내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방을 탈출하여 운동장에 나오면 그날은 정말 아수라장이 된다. 남자 교사들이 다 동원되어 몇 시간 실랑이를 하고 지친 다음에야 겨우 방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출입문을 잠가 놓으면 간단한데 가둬놓는 것은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정말 큰 문제였다. 그렇게 고민하던 어느 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 선생님 한 분이 찾아왔다.

“목사님, 제가 한번 영구 씨를 맡아보겠습니다.”
순간 모두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남자들도 영구 씨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영구 씨를 맡는다고 해요? 영구 씨의 힘을 여자 몸으로 어떻게 감당합니까?”

그러나 여 선생님의 눈을 본 순간, 영구 씨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반대했다. 나는 가만히 그 여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나의 허락을 구하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었지만 허락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영구 씨가 얌전해진 것이다. 영구 씨가 보여주던 폭력이 사라졌다. 옷도 잘 입고 생활도 평범해졌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방을 쓰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영구 씨는 어린아이처럼 여 선생님의 손을 잡고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렀다.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영구 씨가 변한 것이다.

사실 영구 씨는 가족의 사랑을 받다 버려지자 그 충격이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 난동을 부렸던 것이다. 하지만 여 선생의 사랑을 받는 순간 그 난폭함이 사라진 것이다. 영구 씨는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행복해 했다.

그렇게 1년 쯤 지났을 때였다. 영구 씨의 난폭함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다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재활원에 있던 공중 화장실의 양변기가 하나도 남지 않고 박살이 났다. 출입문의 유리창들도 상당수 깨어졌다. 그 장본인은 바로 영구 씨였다. 담임이 결혼을 하게 되어 떠나자 영구 씨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옷도 찢고, 유리창도 깨고, 이불과 장판도 영구 씨 손에 다 찢겨져 나갔다. 영구 씨를 다룰 방법은 사랑밖에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천사를 급히 찾았다. 영구 씨의 새 담임은 최선을 다해 영구 씨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영구 씨는 다시 평온을 찾았다. 그렇게 변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특별히 많은 가족들이 찾아와 더 큰 사람을 나누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장애인 식구들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으면 참 좋겠다.

김양원 목사 / 사랑의원자탄운동본부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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