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개선
금융산업의 개선
  • 김영추 교수
  • 승인 2009.11.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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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추 경성대 전 법정대학장

지금 우리의 금융산업은 두 가지 시급한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전 세계가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회복을 시도하는 때 내년에 G20 금융정상회의를 효과적으로 주최하여 세계 경제 회복에 필요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의 결과 자금난과 생계난에 허덕이는 우리의 영세기업과 도시빈민의 사업과 생계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1) 금융 허브의 뿌리

2007년부터 미국에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가 터지면서 작년 9월의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 Inc.) 파산을 극점으로 뉴욕 월가의 거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그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폭풍이 각국에 휘몰아쳐 곳곳마다 실직자와 도산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사람들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광분해 온 결과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금융허브의 뿌리는 월가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나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전부는 아니다. 8400여개의 미국 은행의 96%를 차지하는 소규모 지역은행(community banks)이 훨씬 필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커뮤니티의 지역은행들이 자기 고장의 소기업과 가계를 위한 예금 및 대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건전한 상업은행 기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들의 전통적인 은행가정신은 18세기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상업자본가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식민지시대부터 미국의 산업혁명을 준비하던 청교도들의 독립ㆍ자주의 개척정신이다. 이번의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월가의 거대 금융회사들은 9800억 달러가 넘는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정부규제는 안 받으려고 애쓰면서 납세자들의 원성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지역은행들은 극소수가 도산하는 외에는 자기 커뮤니티의 실직자들이 핫도그 장사를 하는 것을 돕고 고유가 속에서 소형차 구입을 지원하면서 지역봉사에 전력을 다하였다. 사실 대형 투자은행의 기원은 산업혁명에 낙후된 독일, 러시아, 일본 등 후발국가들이 자국의 산업개발을 금융, 세제정책으로 급속히 추진하려고 설립한 국책은행이다. 미국도 건국 당시 재무부장관 해밀턴이 연방은행으로서 투자은행을 설립하려다 반대에 부딪혔다. 그 후 연방정부가 안정되면서 자유주의 질서가 회복되자 민간기업에 의한 투자은행들의 경쟁이 허용된 것이다.

(2) 우리의 서민금융

우리나라가 오래 전부터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등과 경쟁하여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고 호언해 왔지만, 그 기초는 국내 내수시장의 서민금융 안정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영세사업자나 일반서민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이나 생계자금을 융통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가난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금융에서 소외된 그들은 피치 못할 급전이 필요하면 할 수 없이 일본계 등 대부업체를 찾아 연리 60% 이상의 고리대금을 빌리고 평생 원리금 상환에 허덕인다.

이자제한법 폐지 후 고리대부업이 극성한 것은 은행, 투신사, 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서민금융을 외면해 온 결과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98년 외환위기 때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IMF의 강제 구조조정을 당해 쓰러진 후 ‘건전성(BIS) 관리’ 강화와 글로벌경쟁에 따른 ‘수익성’ 제고를 내세우고 더 한층 서민금융을 기피해 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서민과 소기업의 자금 대출을 위해 세워진 저축은행은 외환위기 후 절반이나 줄었고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도 대형화에 밀려 크게 위축되었다. 농업협동조합은 농어민의 유통과 교육사업 대신 증권업을 인수하고 해외로 진출하여 금융종합그룹을 꿈꾸고 있다. 중소기업 전담은행도 일반기업은행으로 전환하여 국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 하반기 이후 신용보증기관의 보증과 국책은행의 자금 공급을 통해 50조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지방공단에서는 중소기업들은 정부지원을 체감할 수 없다고 불평이다. 한 인테리어 공사업자는 최근 매출액이 2배로 늘어 오래 거래해 온 주거래은행에 3억원의 신규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정부는 아무리 정책지원자금을 풀어도 은행은 움직이지 않는다.

(3) 진정한 서민은행

이번에 정부는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의 하나로 오는 12월 출범할 마이크로크레딧트(무담보ㆍ무보증 소액 서민대출)를 전담할 ‘미소금융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재단이사장을 맡은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이 재단의 성격에 관해 “농어촌 부채 탕감식의 퍼주기 대출은 안 되며,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성공하려면 돈을 빌려 간 사람이 반드시 갚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글라데시의 유누스(Muhammad Yunus) 교수가 성공한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영세기업과 일반서민의 사업 및 생계를 안정시키는 것은 국민경제의 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므로 이 재단은 기본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 장기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최저 (2% 이하)의 대출이자를 받아 계속 재원을 확충해 나가야 하며,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을 돕기 위해 금융컨설팅과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이자나 상환면제의 퍼주기식 대출은 서민들의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좀먹으며 신속한 자활과 자립을 지연시키고 집단이기주의적 분쟁을 증대시킨다. 재단을 서민은행식으로 운영할 경우에는 미국의 커뮤니티 중심 지역은행처럼 지역민과 지역금융가들 간의 애향심과 협동심을 동원할 수 있다. 서민은행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계속 탕진하지 않고 자기 고장 출신 인사들의 출자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서민은행의 운영과 실적은 국회에 보고돼야 하지만 정당의 정쟁과는 격리되어야 한다. 지역 서민은행의 전문적 경영 지도를 위해서는 금융회계 원칙이 적용되고 금융컨설팅이 제공돼야 한다. 서민은행의 정책과 사업 결정은 지역 주민의 이익과 의사에 따라야 하며 금융 관료주의나 행정 관료주의가 침투돼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과 감시는 그 강력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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