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모의총기 시중 떠돈다…유통확산·안전문제 우려
'사람잡는' 모의총기 시중 떠돈다…유통확산·안전문제 우려
  • 배민욱 기자
  • 승인 2009.12.1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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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총기류와 똑같은 모형총기류

 = # 지난 6월30일 오전 5시50분 경기 파주시 교하읍 야당 2리 버스정류장 앞. 장모씨(29) 등 3명은 모의총기를 이용해 이 곳을 지나던 버스 창문에 유리알탄을 발사했다.

이날 사고로 유리창 3장이 파손됐을 뿐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버스기사와 승객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사태가 커지자 장씨 등은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술김에 재미로 그런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 지난해 5월2일 오후 5시10분 전북 익산의 한 은행 지점. 최모씨(31)는 뒷문을 이용해 은행으로 들어갔다. 사채 빚 등 4400여만원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업무마감 중이던 은행원 6명에게 미리 준비한 모의총기와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겁이 난 은행원들에게서 현금 400여만원을 받은 뒤 검은색 쇼핑백에 담아 범행 2분여만에 달아났다. 최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같은 해 4월29일 익산에서 모의총기를 구입했다.

미국 등 총기 구입이 자유로운 국가와는 달리 총기사고에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한국이었다. 그러나 총기 안전국이라는 한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진짜 총에 가까운 위력을 지닌 모의총기 유통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총기류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심각성을 보여주듯 최근 모의총기를 불법으로 제작·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7일 K2 소총 등 모의총기를 무허가로 설계·제작해 판매한 김모씨(36) 등 2명에 대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로부터 모의총기를 넘겨받아 판매한 최모씨(38) 등 19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 등은 2006년 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중국 등지에서 완구류로 위장해 수입한 총기부품을 경기 일대의 주물공장에서 모의총기인 권총, 소총 등으로 제작,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정당 30만~270만원에 판매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도 지난달 25일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완구용 소총 등을 수입해 불법개조한 뒤 판매한 윤모씨(36)를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윤씨로부터 총기를 구입한 함모씨(30)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완구류로 수입한 M4A1, AK, MP5, M733 모의총기를 불법개조한 뒤 포털 검색 광고에 연동된 웹사이트를 통해 정당 최저 2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에 판매한 혐의다.

문제는 모의총기의 위력이 실제 총기에 가깝다는 점이다. 모의총기 제작자들은 장난감 소총 등의 공기압 조절 장치를 고쳐 총의 위력과 사거리를 높여 개조하고 있다. 실제총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모의총기 중 M4소총과 글록 권총은 실험 결과 강화플라스틱탄을 사용할 경우 5m거리에서 0.5㎝ 두께의 나무판자를 쉽게 뚫었다. 몇몇 모의 총기들은 총포안전협회의 안전도 기준에서도 10배 이상 성능을 초과했다.

모의총기를 인체에 사용될 경우 치명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의총기의 경우 플라스틱 비비탄을 사용했지만 맥주캔을 관통하는 등 사람을 상대로 발사할 경우 신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며 "강화 비비탄이나 강구탄(쇠구슬)을 사용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모의총기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모의총기 유통확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권총인 콜트(28만∼103만원)·베레타(15만∼29만원)·글록26(18만원 내외), 소총류인 AK74(23만∼107만원)·M4(17만∼102만원), 공용 화기인 M60(235만∼347만원)까지 다양한 총기류가 거래되고 있다.

모의총기를 구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6월30일 새벽 경기 고양시에서 모의총기로 버스 유리창을 향해 유리알탄을 발사한 장씨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자와 연락을 취한 뒤 105만원에 모의총기를 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의총기 제작이 증가하고 있고 실제와 가까운 총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있다"며 "모든 총기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은 새로운 무기고가 됐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도 모의총기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8일 모의총포 불법 제조·판매 및 소지자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모의총포 제조업소와 인터넷, 노점, 재래시장 등 밀거래(판매) 및 개인 소지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또 관내 모의총포 유통과 인터넷 사이트 감시활동 등 모의총포 불법 제조·유통행위에 대한 첩보수집을 병행한다. 모의총포 제조·판매·소지처벌 등 관계규정 및 모의총포 불법유통 행위 신고 당부 등 홍보·계도활동도 적극 추진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의총기는 실제총과 외관상 구별이 어렵고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특히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상당하며 실제로 모의총기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어 밀수, 판매, 소지 등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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