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6일 한나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이 차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문화적 배경을 외면한 한나라당의 의도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설득과 타협의 정치 문화가 정착된 곳에서는 다수당이 걸핏하면 다수의 힘을 믿고 밀어 붙이는 일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같은 한나라당의 방침에 대해 "명분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가와 같이 다수당이 책임을 지고 국회를 운영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데 있다"며 "그러나 직접적인 동기는 야당이 맡고 있는 상임위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불만에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치문화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는 다수당에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기더라도 함부로 다수의 힘으로 밀어 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야당 소속 위원장들 중에는 여당 소속 위원장보다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는 예도 있다. 한나라당은 큰 정당답게 크게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의 잇단 충청지역 방문에 대해 이 총재는 "세종시 수정안을 아직 내놓지도 않고 있으면서 홍보부터 하느라고 법석을 떨고 다닌다"며 "상품을 만들지도 않고 상품 선전을 하는 꼴이니 홍보의 진정성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통령과 여당이 세종시 수정안에 올인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세종시 원안 백지화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