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의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국지’중 제갈공명의 고사다. 촉나라의 승상 제갈공명이 남쪽 오랑캐, 곧 남만(南蠻)을 정복하고 촉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수라는 강가에 도달했다. 그러자 직전까지만 해도 잔잔하던 강물이 갑자기 범람하고 일진광풍이 불어닥쳐 군사들이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때 그 지역에 사는 노인이 “노수의 신이 노해서 그런 것이니 사람 49명의 머리를 바쳐 신을 달래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이미 수많은 살생을 했는데 또 다시 산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진다. 오랜 궁리 끝에 제갈공명은 소고기와 양고기로 만두소를 만들고, 이를 밀가루로 반죽으로 싸되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든 뒤 이를 제물로 삼아 성대한 제사를 지냈다.그러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노수는 잠잠해졌고 제갈공명과 촉군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바로 이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 만두(饅頭)다. 두(頭)는 ‘머리’이고, 만(饅)은 ‘기만(欺瞞)하다’의 만(瞞)과 같은 음에서 따온 것이다. 한 마디로 ‘신을 기만한 머리’라는 뜻이다.
만두의 고향이 중국인 것처럼 ‘맛있다’는 만두집을 꼽을 때 중국집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 중국집에서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품을 팔아 서울의 대표적 화교 거주지인 연남동으로 가보자.
동교동 기사식당 거리에서 연희동으로 가다 보면 면이 아니라 만두를 대표 음식으로 내세운 만두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하하’(哈哈·02-337-0211)다. 우리말로는 ‘합합’이지만 중국어로는 ‘하하’라고 읽는다.
이 집 메뉴는 단출하다. 그린 빈 왕만두, 통만두, 물만두, 군만두가 전부다. 물론 만두를 먹을 때 반찬삼아 곁들일 수 있는 맛있는 정통 중국식 요리들도 있지만 만두만으로 충분히 맛있고 행복하다.
그린 빈 왕만두는 말 그대로 그린 빈(완두콩)이 들어 있는 눈사람처럼 풍성하고 큼직한 만두다. 양도 많고 속이 뜨거워 한 입으로 다 먹을 수 없으니 절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물만두는 중국집에서 흔히 먹는 물만두의 서너배 크기다. 속이 알차 몇 개만 먹어도 거뜬하다. 통만두는 물만두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대나무 들통에 쪄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통만두라는 이름도 들통의 ‘통’에서 유래했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흐르는 육수가 정말 감칠맛 난다. 필자가 강력히 추천하는 만두다. 군만두는 여느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내놓는 군만두와는 풍기는 이미지부터 다르다. 크기도 큰 데다 노릇노릇 제대로 구워 카리스마마저 느껴진다. 입에 넣으면 먼저 기름에 잘 구워진 바삭바삭한 맛이 느껴지며 이어 부드러운 속맛이 혀끝에 퍼진다. 잠시 후 바삭바삭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맛을 만끽할 수 있. 역시 필자를 사로 잡은 맛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풍부하니 만두 4종류를 다 맛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왕만두는 개당 1500원, 나머지는 모두 1인분 4000원이다. 단, 다 못 먹고 남은 것을 포장해 갈 때를 대비해 군만두를 맨 끝에 먹을 것.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매월 2·4주 화요일은 쉰다.
【서울=뉴시스】
저작권자 © 크리스챤월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