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한국 사법부에서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은 기업인이 미국 사법부에서 징역형을 또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법무부와 미국의 성조(STARS and STRIPES) 사이트(http://www.stripes.com) 등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댈러스 법원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내 S사 대표 정모씨에게 지난해 11월 징역 5년에 벌금 5만달러를 선고했다.
미 사법부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01∼2006년 주한미군의 인터넷 및 전화 서비스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미 육군·공군 교역처(AAFES) 직원들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15만달러를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정 대표가 이미 같은 혐의로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미 사법부가 이중처벌을 한데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정 대표가 한국 법원 1심에서 벌금 1억원을 선고를 받은 뒤 2008년 11월 사업차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에 입국한 정 대표는 한국 검찰이 기소한 것과 같은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고, 이후 미 연방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법부는 정 대표의 미 수감생활이 진행되는 동안 2심과 상고심을 통해 정 대표의 벌금형을 확정했고, 미 연방법원은 이와 별개로 정 대표의 재판을 진행,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국제뇌물방지협약'과 '사법처리에 대한 한미 상호협약' 등을 근거로 미국에 항의서한을 수차례 보내고 외교채널을 통해 정 대표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법무부 국제형사과는 미 연방 대법원의 확정판결 전에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며, 내용이 완성되는대로 외교부를 통해 미국에 재차 항의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 대표가 미국에서 이중처벌을 받은 것 자체를 막거나 무효화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한미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형법 7조는 외국에서 처벌받은 내국인에 대해 같은 혐의로 사법처리할 경우 감경할 수 있도록 법규정을 두고 있지만, 미 연방법은 자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외국인에 대해 해당국이 처벌했다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