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자격도 필요한가, 연극 '뷰티퀸'
사랑받을 자격도 필요한가, 연극 '뷰티퀸'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0.01.14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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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랑 이대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연극 ‘뷰티퀸’의 이현정 연출은 13일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선인 혹은 악인으로 확연하게 나누지 않았다”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쯤은 돌아보게끔 만들었습니다”고 밝혔다.

‘뷰티 퀸’은 영국 작가 겸 영화감독 마틴 맥도나(40)의 작품이다. 1998년 토니상에서 최고작품상과 연출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1980년대 아일랜드 작은 어촌이 배경이다. 뷰티퀸 출신이지만 노처녀로 늙어가는 딸 ‘모린’과 신경과민에다 방광염까지 앓는 노모 ‘매그’의 잔인한 관계를 다룬다. ‘매그’는 딸이 남자를 만나면 자신을 홀대할까 두려워 연애를 방해하고 이를 안 ‘모린’은 노모에게 잔인한 복수를 가한다. 더 이상 나아질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료함과 그들이 주고받는 황량한 대화가 극의 주조를 이룬다.

이 연출은 “아일랜드 배경을 그대로 가져왔다. 사람들 혹은 모녀간의 관계는 동서고금 상관없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극 무대는 모녀가 사는 허름한 집이 전부다. 이 연출은 “무덤 같은 집을 무대 콘셉트로 잡았다”며 “문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여기 말고 다른 세상을 꿈꾸고 그곳으로 가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긋지긋해도 지금 있는 곳이 내 뿌리이고 내 자리라는 이야기도 전하고자 했습니다.”

노모 ‘매그’를 연기하는 연극배우 홍경연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무척 흥분되고 설렜다”며 “온전치 않은 딸과 살며 답답한 멍에의 굴레를 지고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연극배우 김선영이 ‘모린’을 연기한다. 김선영은 “이현정 연출이 연극을 본 관객들이 반씩 나눠져 해석을 달리하기를 원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가 명확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뷰티퀸’은 이번이 국내 정식 라이선스 초연이다. 공연 제작사 뮤지컬해븐이 연극장르 브랜드 ‘노네임 시어터 컴퍼니’를 설립,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지난해 3월 창단한 극단 C바이러스가 함께 만든다.

뮤지컬해븐 박용호 대표는 “사실 연극으로 돈을 벌고 감동을 주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도 “무작정 앞만 보고 가면서 작품의 본질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알렸다.
스타급 배우를 출연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뷰티퀸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출중한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연기자들”이라며 “이 정도의 연극을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집중할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데 스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뷰티퀸’을 번역한 극단 C바이러스 이문원 대표는 “익숙한 드라마투르기를 가진 작품은 메시지가 강력하게 들어와 있지만 맥도나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맥도나는 일상의 대화체로 대본을 쓰지만 연출자와 연기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작품이 내뿜는 내구력이 헛갈리기 때문인데 그런 부분이 맥도나의 의도이고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뷰티퀸’은 14일부터 2월28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볼 수 있다. 신안진, 김준원 등이 함께한다. 2만5000원. 02-744-4011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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