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16일과 17일 1박2일 일정으로 세종시 수정안 홍보와 여론수렴차 충청권을 방문한 가운데, 대전에서 열린 간담회가 또다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면서 언론을 중심으로 비난이 일고 있다.
정 총리는 수정안 발표 후 두 번째로 충청을 찾았다. 수정안 발표 당일 대전을 찾은 지 닷새 만이고 총리 취임 후 7번째 충청행이다. 대전에서는 벌써 세 번째의 숙박이다.
정 총리의 1박2일 일정은 대개 비슷한 스케줄로 짜여진다. 연기군이나 조치원, 세종시 현지를 방문해 간담회 등을 하고 대전으로 이동해 숙박하면서 만찬이나 조찬간담회를 한 뒤 다시 연기군이나 공주시, 세종시 쪽으로 이동해 종교행사를 가진 뒤 상경하는 식이다.
문제는 그동안 대전에서 열린 여러 차례에 걸친 간담회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말만 잠깐 공개할 뿐 안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정 총리는 16일 저녁 대전 유성호텔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출연연 기관장과 지역 상공인 20여명과 만찬간담회를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간담회는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수정안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기관장들을 다잡고 격려하기 위한 행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1일 수정안이 발표된 당일 26개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원과 기관 등은 준비라도 한 듯 일제히 수정안 지지 성명을 발표해 언론을 당황시켰다.
16일 밤 열린 간담회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그간의 전례와는 다르게 '인사말'을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는 것이다. 말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정 총리가 얼마나 조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7일 오전 열린 지역여성 단체 관계자들과의 조찬간담회도 역시 비공개로 열렸다.이 간담회는 당초 한나라당 당협위원들과 만나기로 한 것인데 최근 한나라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급조된 성격이 짙다.
비공개 간담회는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20일 유성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대전 지역 경제인 및 시민사회 단체장 조찬 간담회'는 한나라당 소속 당협위원장 두 명을 슬쩍 끼워 넣은 채 관변단체 인사들로 채워져 무수한 뒷말이 나왔다.
이 간담회 전날인 19일 KAIST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간담회 역시 비공개로 열렸다. 대전 지역에서의 최초의 간담회이기도 한 같은달 13일 열린 '대전권 대학총장 조찬간담회'도 예외 없이 비공개 원칙은 유지됐다.
비공개 간담회를 보면 묘한 원칙 내지 규칙이 존재한다. 참석자 대부분이 정부와 총리 입장에서 껄끄러운 인사는 쏙 빼고 수정안 지지를 부탁할 만한 '만만한' 인사들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또 과학계와 교육계, 경제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수정안의 기본 성격인 교육·과학·경제와 꼭 들어맞는다.
때문에 총리가 여론 수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정안을 전제로 여론몰이와 지원군을 얻기 위한 행보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정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 방문에 앞서 향후 매 주말 충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며 그간의 전례를 볼 때 비공개 간담회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언론인 A씨는 "간담회에 올 수도 안 올 수도 없는 상황인데 비공개로 일관해 매번 맥이 빠진다"며 "그럴 거면 총리 일정을 공지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