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몰예술성
미국 정치의 몰예술성
  • 최철호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10.01.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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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예술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이유는 막다른 골목처럼 막힌 것같은 상황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되는 타협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돌파구는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지든, 결국 한 쪽과 다른 쪽이 서로 다른 의견을 놓고 극한적으로 대립하다 서로의 잇점을 어느 정도 봐주는 선에서 절충을 하지 않고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예술성이 적어도 사라져 버린 단어처럼 들린다. 매사가 철저하게 정권을 쥔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사이에 반목과 비판, 말싸움만이 난무한다.

법안에 표결이라도 이뤄질 때에는 언제나 당대 당의 표대결이 그대로 나타난다. 표 차이는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에 거의 들어맞는 숫차로 나타나는 게 평상시 모습이다. 누가 미국에서는 의원들이 정당의 소속에 관계없이 소신껏 투표한다고 말했던가가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사실 오바마 정부는 취임한 지 이제 1년도 안 된 정부임에도 마치 수십년 간 국정을 책임진 것같은 비판을 받는다. 경제난과 관련해서만도 그렇다. 오바마는 쓰러진 경제 속에 취임하여,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그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상황 속에 가까스로 3분기에 2.5%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쓰러져가던 월스트리트 거대 은행의 파산과 그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 실업자는 늘어만 간다. 그래도 경제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걱정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한국 같았으면 제도권 언론들을 통해 갖가지 미사려구를 동원한 용비어천가가 나왔을 법한 상황이나 오바마 정부는 그런 칭찬도 제대로 듣지 못하면서도 모자람을 언급한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경제위기가 언제 시작된 것인지 지금 미국 정치권은 잊은 것 같다. 하원 금융위원회 소속 공화당의 에드워드 로이스 의원은 연일 이메일을 통해 자기 지역구민들에게 오바마 정부의 실업 대책이 엉망이며, 경기부양책이 잘못됐음을 비판한다.

역시 금융위 소속의 피터 킹 의원 역시 오바마 경기부양책과 예산안이 결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 역시 아주 비슷한 말을 마치 당에서 일괄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하고 다닌다.

의료보험 개혁안을 놓고서는 진저리 날 정도로 상호 험담하며 나라가 거덜날 것같은 법안이라며 비판하던 모습들도 봤다. 다시 지적해 보면 경제난이 언제 시작됐었는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돼 공화당 의원들을 보면 헷갈리게 된다.

그렇게 경기부양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만큼 해박한 지식이 있었으면,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난무할 때 밑빠진 물붓기라고 보지 못했었나, 왜 대형 은행들이 방만하게 돈놀이를 해댈 때 경고음을 내지 못했던가. 한 번쯤 자성도 해볼만 할텐데 그런 자성의 소리는 공화당 진영에서 들어보지 못했다.

타국의 기자가 남의 땅 미국의 민주당을 두둔하자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자기 집에서 불이 나도록 만들어놓고 달려온 소방관에게 왜 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격이라서 한마디 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유색인종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설쳐대는 것을 방관하면서 말이다.

정치가 타협이며 예술인 이유는 명분이 지켜질 때 칭찬의 의미가 가해져서 그렇게 지칭한다고 보인다. 명분을 잃은 타협을 우리는 야합이라고 부르며 경멸한다. 어떤 경우든 정치는 말의 성찬을 통해서 타협을 하든 야합을 하든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정치는 타협이 없고 그렇다고 야합도 없다. 그져 닥치는대로 반대하고, 닥치는대로 비판만 하는 정국이다.

세밑에 알라신이 뭔지, 종교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젊은 친구가 비행기에서 테러를 저지르려 한 사건이 터지자 공화당 의원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 보안 정책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공항 보안 시스템도 부시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인데도 말이다. 뭣 모르는 타국의 기자들은 이것이 ‘테러 정국’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테러에 정치권의 비판이 커지면, 테러 정국이 되는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보더라도 무책임한 비난 난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화당의 짐 드민트 상원의원의 고집스런 개인적인 반대로 인해 현재 교통안전국(TSA) 국장직은 지명자가 있음에도 인준을 받지 못해 공석이다. 공항에 스캐너가 비치돼야 한다고 목소리치는 공화당원은 자기 당 의원이 반대해 스캐너 설치할 사람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있음을 보지도 않고 욕히는 격이다.

지금 미 정국이 매사가 이런 모습이다. ‘테러 정국’이란 생뚱맞은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타협이 없는, 이상스레 고집스러운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난무하는 정국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치는 그래서 지금 전혀 예술성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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