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적 경제 윤리
종말론적 경제 윤리
  • 박창수
  • 승인 2010.02.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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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수(희년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연구위원)
영국의 저명한 신학자인 스탠리 그렌츠의 『기독교 윤리학의 토대와 흐름』에 의하면, 구약 선지서에서 메시아의 오심에 초점을 둔 대망은 윤리학에 종말론적 시각을 제공했다.

“종말론적 시각은 선지자들의 거듭되는 외침 속에 분명히 드러나는데, 선지자들은 하나님이 미래에 하실 일에 대한 약속에 기초해서 현재를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선지자적 비전의 핵심은, 하나님이 미래에 대해 품고 계신 의도를 미리 알려 줌으로써 이스라엘(그리고 그 주변 민족들)에게 현재 윤리적으로 응답하라고 촉구하는 것이었다. 미래에 하나님의 나라에 참예하리라는 소망은 윤리적으로 아주 무게 있는 의미를 수반했다.

그것은 현재의 도덕적 결정들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직 의로운 자만이 메시아 시대에 참예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단 12:2). 결론적으로, 선지자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그들이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는 삶을 살라고 요청했다. 이런 삶은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것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런 구약 선지서의 종말론적 윤리는 경제 윤리를 포함한다. 선지서의 경제 윤리에 대한 10가지 원칙들을 간단히 설명하고, 그것들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서 갖는 의미를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상 숭배 금지 원칙(호 2:5-13; 4:7; 10:1-2; 암 2:4; 5:25-27; 7:9; 8:14; 미 1:3-7; 5:13-14). 선지서에 의하면, 경제적 풍요와 우상숭배는 서로 관계가 깊다.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우상 숭배를 더욱 더 자행했다.

우상 숭배의 중요한 본질은 우상에게 경제적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제적 풍요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우상에게 경제적 풍요를 구하는 자들은 오히려 경제적 파멸을 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 모두 경제적 풍요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바알주의와 맘몬주의라는 우상 숭배에 다름 아니며, 그 결과는 오히려 경제적 파멸일 것이다.

둘째, 외세 의존 및 조공 금지 원칙(호 7:8, 11-13; 8:9-10; 11:5-6; 12:1). 선지서에 의하면, 하나님이 아닌 외세에 대한 의존은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것이다. 앗수르와 애굽 등 외세와의 동맹은 공짜로 얻어질 수 없고 이스라엘은 이 나라들에게 막대한 조공을 바쳐야 했으며, 그 조공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스라엘의 경제력은 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마침내 이스라엘은 자기가 의지한 외세에 의해 오히려 망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아닌 외세에 대한 의존은 경제적 파멸을 포함하여 국가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하나님이 아닌 미국과 같은 외세를 의존한다면, 그 외세와의 동맹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대가는 예컨대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 증가, 주한미군 범죄 감내, 미군 장갑차에 의한 효순·미선 사망,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파병,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 주권과 국민 건강 위험, 그리고 한미FTA 등이다.

특히 한미FTA는 한국의 경제 제도를 빈익빈부익부를 초래한 미국식으로 전면 재편하는 것으로서, 한국 사회의 개혁과 통합을 약화시키고, 한미FTA 찬성론자들의 주장과 기대와는 정반대로, 빈익빈부익부 등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전체 경제적 효과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아닌 외세에 대한 의존은 경제적 파멸을 포함하여 국가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명심해야 한다.

셋째, 자력 의존 금지 원칙(호 8:14; 10:13-14; 암 6:12-13; 미 5:10-11). 선지서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이 아닌 자기 힘을 의존한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의존하는 자기 힘, 곧 성들과 군대와 군마와 병거를 모두 파멸시켜 결국 나라를 멸망시키실 것이다.

그래서 이 원리를 적용하면, 경제적 측면에서도 자신의 경제력에 대한 의존은 역시 경제적 파멸의 길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하나님이 아닌 자기 힘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1인당 GNP 2만불과 같은 경제력에 의지하지 말아야 하고, 한국 교회도 돈을 비롯해서 학력, 외모, 인맥, 세력 등을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사취, 절도 및 강탈(살인) 금지 원칙(호 4:1-3; 6:8-9; 7:1; 11:12; 암 3:9-11; 미 2:8; 3:1-3, 9-12; 6:12; 7:2-4). 선지서에 의하면, 사취와 절도와 (살인도 서슴지 않는) 강탈이 일어나면, 하나님의 창조 질서 하에서 땅이 슬퍼하게 되는데, 그 경제적 의미는 산물들이 줄어들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곧 사취와 절도와 강탈(살인)은 경제적 산물들을 감소시킨다. 나아가 지배층의 강탈 때문에,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주시는 형벌을 받아 파괴되고 말 것인데, 이러한 하나님의 심판은 경제적 측면도 포함한다. 곧 지배층의 강탈은 경제적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경제사상가인 헨리 조지에 의하면, 지주(地主)의 지대(地代) 전유(專有)야말로 사회 공동체의 것을 매순간, 막대한 액수를, 사람들이 거의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가운데, 도둑질해 가는 가장 큰 사취이자 절도에 해당한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자신이 먼저 지대 도둑질을 하지 않아야 하고, 또 지주들이 지대 도둑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포괄적으로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특히 지배층에 의한) 사취, 절도 및 강탈(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다섯째, 사치 금지 원칙(호세아 13:15-16; 암 3:14-15; 4:1; 5:11-12; 6:3-7). 선지서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사치하는 부자들이 쌓아 둔 보물들은 하나님의 심판에 의해 결국 약탈당할 것이며, 상아 궁들은 파괴될 것이다.

부자들의 사치는 경제적 파멸을 포함한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사치를 막고 검소한 생활을 권장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여섯째, 채무자 권리 보호 원칙(암 2:6-8; 미 2:1-2; 참조. 출 22:25; 레 25:35~37, 39, 42; 신 15:1; 24:7, 12-13). 선지서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 중요한 이유들은 율법에 의해 보장된 채무자의 권리를 유린했기 때문이다.

 율법에 규정된 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빈자에 대한) 무이자 대부, (채무 상환 불가능시) 채무 탕감 등 성경에 규정된 채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일곱째, 약자 토지권 보호 원칙(사 5:8, 10; 호 5:10; 미 2:1-5; 6:16). 선지서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지배층은 땅의 경계표를 옮기고 사회적 약자의 땅을 빼앗았는데, 이들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자신들의 모든 땅을 빼앗기고 완전히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경제적 파멸을 당하지 않으려면, 약자의 토지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약자의 토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여덟째, 약자 주거권 보호 원칙(사 5:8-9; 미 2:2, 8-10). 선지서에 의하면,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에게만 악영향을 준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그 어린 자녀에게서 빼앗고, 그 땅을 더럽히는 차원의 심각한 죄로서,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당할 수밖에 없는 악이었다.

약자의 주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사람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 그리고 땅과 관련된 차원의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약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아홉째, 정직한 상거래 원칙(암 8:4-7; 미 6:10-11). 선지서에 의하면, 부정직한 상거래는 죄이다. 반대로 정직한 상거래는 선지서 경제 윤리의 중요한 원칙이다.

대천덕 성공회 신부는 미가서 6장 10절에 대한 주석에서, 현대의 “축소시킨 가증한 에바”에 대해, 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실질임금도 하락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IMF를 중심으로 각국 은행과 정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는 부정직한 통화 금융 제도를 언급하였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부정직한 상거래가 근절되고 정직한 상거래가 정착할 수 있도록, 나아가서 부정직한 통화금융제도가 근절되고 공정한 통화금융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열째, 정의로운 국제 무역 원칙(호 12:7-8). 선지서에 의하면, 불의한 국제 무역은 죄이다. 반대로 정의로운 국제무역은 선지서 경제 윤리의 중요한 원칙이다. 오늘날 불의한 국제 무역의 핵심 원인은 개발도상국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등의 가격은 너무 낮고, 선진국의 주요 수출품인 첨단 제품의 가격은 너무 높게 정해 놓은 불의한 국제적 가격 구조이다.

이것을 개혁하여 개발도상국도 제 값을 받고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 무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불의한 국제 무역이 근절되고 정의로운 국제무역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 제도적·국제적 차원의 입법과 개인적·공동체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을 모두 해야 한다.
 
요컨대 구약 선지자들은 하나님이 미래에 하실 일에 대한 약속에 기초해서 현재를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이런 구약 선지서의 종말론적 윤리는 경제 윤리를 포함한다.

그리고 그 종말론적 경제 윤리의 원칙은, 우상 숭배 금지, 외세 의존 및 조공 금지, 자력 의존 금지, 사취·절도·강탈(살인) 금지, 사치 금지, 채무자 권리 보호, 약자 토지권 보호, 약자 주거권 보호, 정직한 상거래, 정의로운 국제 무역 등 10가지 원칙으로 요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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