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낙관주의
유대인의 낙관주의
  • 이일호 박사(이스라엘연구소 소장)
  • 승인 2010.03.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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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신은 명랑한 사람에게 복을 내린다. 낙관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밝게 만든다’

유대인들은 웃음으로 눈물 닦기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사회 전체에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흔히 유대민족을 올리브 나무로 비유한다. 올리브 열매는 누르면 누를수록 올리브기름이 나온다. 고난과 핍박, 역경을 겪을수록 기름이 나오듯 이겨내며 살아온 자신들의 고난의 역사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 얼마 전 본국으로 귀임한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소회를 밝히면서 대한민국의 모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언급했다. 온갖 고난과 박해를 겪으며 살아온 유대 민족의 후손으로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관주의적인 극단을 선택한 한 인간을 보고 적이 놀랐을 것이다. 유대인들이 2000년 동안 가혹한 외부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생존해 정체성을 지켜온 것은 다름 아닌 낙관주의적인 민족성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우리에게 애국가가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국가(國歌)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국가 제목이 바로 ‘희망(하 티크바)’이다. 언제나 희망을 꿈꾸는 민족이다. 낙관이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며 모든 현실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여유로움이기도 하다.

나라가 없을 때 유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꿈을 꾼 시오니스트 티오들 헤쩰의 희망은 현실로 바뀌고 말았다. 죽은 언어였던 히브리어를 살아있는 언어로 만든 벤 여후다의 희망이 1600만 유대인들에게 모국어를 선물한 것이다. 환경의 호불호를 떠나 지금도 젊은 유대인들은 삶의 복잡성에 부대끼면서 새로운 인간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와 행복을 배려하는 큰 가슴으로 어려움을, 쓴 레몬 즐겨 마시듯 기꺼이 그 맛을 즐기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눈여겨 본 것 중에 하나는 유대인들이 레몬을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석회질이 많은 수돗물의 해독작용도 해주거니와 고기와 채소를 먹을 때도 양념으로 애용한다. 민족해방절인 유월절 한 주간 동안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맛없는 빵을 먹긴 하지만 일년 365일 거의 매일 쓴 레몬을 즐긴다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고난을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간다.

지난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보여준 낙관주의적인 도전정신은 모든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을 때 희망을 버리고 스스로 생명을 끊어버리는 비관주의의 독버섯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는 우울한 풍경 때문이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부터 유대인들은 최고의 인사로서 ‘120세까지 사시기를’(아드 메아 에세림)하며 외쳐왔다. 인간의 수명이 120세 까지 도달할 날이 멀지 않았다. 만약 비관주의에 물들어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무슨 120세 까지 산단 말이오. 저주하지 말라고 말렸을 것이 틀림없다.

성경에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에스겔 16장 6절)는 말씀은 어떠한 경우라도 희망을 가지고 생명의 존엄을 지킬 것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죽을 용기로 산다면 절망은 저 멀리 도망가고 반드시 희망의 파라다이스를 만날 것이다. 사실 웃음으로 눈물을 닦기란 쉽지 않다. 그 점은 개그맨들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지혜의 샘에서 퍼 올리지 않으면 금방 말라버리는 우물이 되는 것이다.

어느 유대인 왜소한 청년이 캐나다 알라스카에 있는 제재소에 벌목공으로 취업을 지망했다.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감독이 보더니 덩치도, 키도 작아 그야말로 루저 수준인 그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조건부로 어렵게 채용이 결정됐다. 그런데 예상외로 너무도 벌목을 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이 물었다. ‘자네는 여기 오기 전 어디서 벌목을 했는가’, ‘예, 사하라에서 했습니다’, ‘아니 뭐라고. 사하라는 사막이 아닌가’, ‘예, 제가 벌목을 다하는 바람에 사막으로 변하고 말았지요’, ‘그래. 하하하’ 왜소한 자신을 무시한 상관을 웃게 만들어 편견을 무너뜨리고 멋지게 감동시킨 유대인 청년의 유머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아시아인은 신체조건상 쇼트는 강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트에서는 이름을 내밀 수 없다는 통념을 보란 듯이 깨어버린 우리의 새내기 희망나무들이 자랑스럽다. 그 꿈나무들이 시상대 안과 밖에서 지은 웃음이 온 국민의 웃음이 되는 그날까지 크게 웃어보자. 늘 웃으면서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맞이해보자. 운명이여 비켜라 웃으며 사는 내가 나간다. 누르면 누를수록 많은 기름이 짜지듯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난을 즐겨보자.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웃음치료법 마저 등장한 세상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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