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에 관한 경험 나누기 14> “엄마가 놀지 말라고 했어”
<아이들 교육에 관한 경험 나누기 14> “엄마가 놀지 말라고 했어”
  • 박은자(동화작가, 온양 예은교회 사모)
  • 승인 2010.04.2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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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자(동화작가, 온양 예은교회 사모)
이론공부를 하고 있던 두 아이들이 서로를 째려보더니 한 아이가 말합니다.
“우리 엄마가 너와 놀지 말라고 했어.”

그러자 다른 아이도 말합니다.

“우리 엄마도 너랑 놀지 말라고 했어.”
결국 마주보고 있던 두 아이들은 지우개를 던져 싸움을 시작합니다. 저도 아이들 싸움에 슬며시 나섭니다.

“그래. 너희들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너희들 이제부터 절대로 같이 놀면 안돼. 만약 같이 놀면 엄마 말씀 어기는 거야. 엄마 말씀 어기면 착한 아들 아니지?”

순간 아이들은 더 이상 서로를 향해 던지는 것을 멈추더니 얼굴에 슬며시 걱정이 지나갑니다. 아마 이런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놀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제가 원장실에 잠간 들어간 사이 두 아이들은 결국 몸싸움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의자가 넘어지는 우당탕 하는 소리에 뛰어나와 보니 두 아이가 서로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제가 나오는 것을 보고 두 아이들이 싸움을 멈추었습니다.

“왜 멈추니? 더 싸워. 이제부터 같이 놀 것도 아니고, 막 싸워라. 너희들 지금부터 막 싸우는 거야. 만약 싸움을 멈추면 선생님이 혼내 줄 거다. 자, 싸움 시작!”

그런데 두 아이들은 서로를 노려 본 채 씩씩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채근을 합니다.

“왜 안 싸우는 거야? 싸움을 멈추면 안 되지. 계속 안 싸우면 혼난다니까.”
제가 아무리 더 싸우라고 재촉을 해도 아이들은 꼼짝하지 않습니다. 이미 두 아이들의 주먹이 풀리는 것이 보입니다. 잔뜩 힘을 주고 있던 눈가도 슬며시 풀립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다시 말합니다.

“계속 싸우라니까. 발로 차기도 하고, 주먹을 날리기도 해야지.”
그런데 한 아이가 먼저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참지 못하고 막 웃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말합니다.

“어? 왜 웃는 거야? 싸우다 웃으면 안되지. 너희들 계속 안 싸우면 선생님이 혼내 줄 건데 웃어? 얼른 싸우란 말이야. 자, 싸움 시작!”
결국 두 아이들은 싸움대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원장선생님이 싸우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자 다른  아이도 말합니다.
“맞아. 원장선생님은 싸움을 말려야지.”
저도 지지 않고 말합니다.

“난 싫다. 이제부터 너희들 싸우는 것을 안 말릴 거다. 누가 끝까지 이기나 볼 거다. 다시 한 번 싸워 볼래?”
이번엔 두 아이가 동시에 대답합니다.
“아뇨. 이제부터 안 싸울 거여요. 사이좋게 놀 거여요.”

“그럼 안 되지. 엄마가 놀지 말라고 하셨다며?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 엄마 말씀 안 듣는 것은 불효이니까 너희들은 이제부터 같이 놀면 안 되는 거야. 서로 말도 하지 마.”
그러자 두 아이들이 또 동시에 말합니다.

“싫어요. 그래도 같이 놀 거여요.”
“그래? 그럼 엄마 허락을 받아야겠네. 엄마 허락 없이 놀면 불효자가 되는 거니까. 너희들 불효자 되고 싶어?”

“아뇨. 불효자는 싫어요.”
“그렇지? 불효자는 싫지? 나도 너희들이 불효자 되는 거 싫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조금 전까지 싸움을 하던 아이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의논을 합니다. 한 아이가 먼저 말합니다.

“내가 가서 엄마에게 말할게. 엄마가 놀지 말라고 해도 너랑 놀 거라고 말하면 돼. 엄마는 내가 말하는 것은 다 들어 주시니까.”

그러자 다른 아이도 말합니다.
“나도 너랑 놀 거라고 말할 거야. 우리 엄마도 내가 말하는 것은 다 들어 주니까.”
아이들 이야기에 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희들이 툭하면 싸우는데 엄마가 너희들 말을 들어 주실까? 내가 엄마라면 ‘안돼!’ 라고 말할 것 같은데........ 자, 승이 얼굴 좀 봐. 민이가 연필로 볼펜으로 찔러서 상처가 났잖아.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낫지 않고 있어. 볼펜에는 독이 있거든. 얼굴에 흉터가 생길 것 같아. 그러니 내가 승이 엄마라고 해도 민재와 놀지 말라고 할 거야.”

순간 민이의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하지만 민이는 변명을 시작합니다.
“승이가요. 저를 계속 때려요. 자꾸 심술부려요. 발로 막 차요. 내 것은 다 가져가요. 그래서 찔렀어요.”

그러자 승이가 얼른 나섭니다.
“민이야, 네가 나를 자꾸만 귀찮게 했잖아?”

“내가 언제? 나는 놀자고 한 것이야.”
“어? 너희들 다시 싸움을 시작해야겠네. 너희들 싸울 거니? 그렇다면 일어나서 저기 넓은 곳에 가서 다시 한 번 싸워봐.”

두 아이들이 동시에 소리 지릅니다.
“아뇨. 안 싸워요.”
이번엔 두 아이들이 서로 의논합니다.

“넌 집에 가서 엄마에게 뭐라고 말할 거야?”
“너는 어떻게 말한 건데?”
“우리가 앞으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하자.”

“그래. 그럼 우리는 앞으로 싸우지 않는 거야.”

요즈음은 형제가 없이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혼자서 독차지 하고 말입니다. 도대체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가정에서 형제들과 관계형성을 해 본적이 없으니 밖에 나와서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 형성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나만 생각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은 즉각 막아주려고 애를 씁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온실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온실에서조차 너무 과다한 영양을 주어 아이들로 하여금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귀찮은 것은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나옵니다.

집에서는 하지 않는 행동들을 밖에서는 거침없이 합니다. 참을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모든 것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기 때문에 부족한 것도 없고 마음이 불편한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밖에 나와 보면 마음 불편한 일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그러나 일곱 살 아이들도 세상을 잘 압니다.

 어떤 일이 옳고 그른지 사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싸우라고, 계속 싸우라고 하는 제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싸워도 좋다는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 애와는 놀지 마라. 저 애는 피해라’ 라는 말입니다.

며칠 동안 연세대학교에서 총을 난사하겠다는 협박성의 글이 올라 왔다고 합니다. 그 협박성의 글을 삭제하면 다시 올라오는 일이 반복되었고, 총을 난사하겠다는 그 날, 연세대학교에는 경찰이 배치되었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바로 ‘저 애와는 놀지 마라. 저 애는 피해라’ 라는 말 때문입니다. 놀아서는 안 되는 아이, 피해야 하는 아이, 그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요즈음 아이들보다 어른들 감정이 더 앞서는 것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를 쓰게 됩니다. 제 동화가, 제가 쓰는 글이 어떤 한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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