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다 죽어요, 죽어."
지난 11일 기습 개점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롯데 마이슈퍼'의 후폭풍이 많만치 않다. 대학로 주변 영세상인들은 "대기업이 영세상인들의 터전을 빼앗으려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롯데슈퍼 개점 일주일째인 18일 오후 7시께 대학로를 찾았다. 인근에서 만난 대부분의 영세상인들은 "대기업이 동네에서 콩나물까지 팔려고 몰래 가게를 차려서는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롯데슈퍼는 개점 당일까지 입점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으면서 대학로에 입성했다.
주변 상인들이 '사업조정신청'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 꼼수를 부린게 아니냐는 게 영세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행법상 사업조정신청이 있을 경우, 관계기관은 해당 업체에 개업 연기 권고를 내릴 수 있다.
토박이 상인들의 분노는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다. 일부 상인들은 롯데슈퍼의 영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마저 불사하겠는 의사도 밝혔다.
대학로에서 50년간 문구점을 운영해온 이모씨(75·여)는 "롯데슈퍼가 갑자기 생겨서 황당했다"며 "이 근처에서 편의점이나 구멍가게 하는 사람들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20년째 대학로에서 가판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52)씨는 "기업이 자기돈으로 하는 일에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면서도 "바로 옆에 마트가 있고 주변에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대기업이 아무도 모르게 문을 연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며 씁쓸해 했다.
역시 가판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68·여)도 "이러는 건 정말 아니다. 롯데슈퍼가 진짜 너무했다"며 "큰 기업이 뭐가 무서워서 아무도 모르게 가게를 차렸나. 이러면 안돼"라고 말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잡화를 팔고 있다.
명륜동에서 태어나 30년동안 대학로 어귀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토박이 김모씨(56)는 "근처에 있는 구멍가게는 다 망한다"며 "구멍가게 한 곳에 딸려있는 식구들이 얼마인데 결국 이런식으로 가다가 이 동네 지역 경제는 전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퇴직금도 없다"며 "양심이 있으면 주변을 봐가면서 해야지. 이것은 좀 심하다"고 말한 뒤 담배 한 가치를 빼어 물었다.
대학로를 오가는 시민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씨(31·여)는 "기본적으로 같은 업종의 사업장들이 많이 있으면 피해주는 게 상도덕 아닌가"라며 "더군다나 롯데슈퍼는 대기업인데 좀 너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씨(21·여)는 "바로 옆에 큰 슈퍼가 있고 가게들이 많은데 또 생긴 것은 너무했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외치는데 민생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대기업들이 서민 등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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