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인가 PC인가…스마트TV 업계 신경전
TV인가 PC인가…스마트TV 업계 신경전
  • 김정남 기자
  • 승인 2010.10.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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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의 혁명 스마트TV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유행하는 ‘스마트’라는 접두어 때문에 스마트TV에 대한 대략의 개념은 잡을 수 있지만, 아직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스마트TV에 대한 학문적인 정의부터 시작해 수익모델, 관련규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초기 시장인 탓이 크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 세계 TV업계의 화두는 3D TV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전례 때문인지 급격하게 스마트TV로 주도권이 옮겨갔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아직 학계에는 스마트TV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지능화한 TV인지, 운영체제(OS)를 탑재한 TV인지, 차세대 TV인지 개념은 애매모호하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구글·소니 “PC처럼” Vs 삼성·애플 “엄연한 TV”

우선 스마트TV 시장을 앞장서 일구고 있는 TV제조업체들 사이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소비자들이 TV라는 기기를 두고 어떠한 편익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소니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은 스마트TV를 PC처럼 이용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상정하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존의 TV업계 강자들은 가정용기기이자 고정형기기인 TV의 특성을 십분 살린 스마트TV를 내놓거나,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도드라진 것이 리모컨의 형태다. 최근 소니는 ‘구글TV’를 공개하면서 쿼티 키패드 리모컨을 함께 선보였다. 소니 관계자는 “웹서핑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내장된 크롬 브라우저에서 웹서핑을 하는데 불편함을 최소화한 형태다.

이는 ‘거실용 PC’라는 구글TV의 콘셉트를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사용성은 복잡하더라도 웹서핑 등 최대한 PC의 기능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이에 반기를 드는 진영은 PC와 TV는 엄연히 다른 기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용기기이자 고정형기기인 TV를 통해 얼마나 웹서핑을 활발하게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TV 구매권을 쥔 기성세대들이 당장 이 같은 형태의 스마트TV에 매료될 이유도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VOD(주문형동영상)나 게임 정도인데, PC 기능을 구현하는데 집중하면 이마저도 놓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구글TV를 출시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TV와 키보드가 결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구글TV가 세상을 흔들지는 나와 봐야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구글TV와 같은 콘셉트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쿼티 키패드 리모컨의 성공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를 통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즐기며 소비자가 편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스포츠경기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SNS를 즐기면 그 재미가 배가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논쟁은 한때 스마트폰과 PC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논쟁을 불러온 태블릿PC보다 그 차원이 더 넓다는 분석이다.

태블릿PC는 제한된 사용성의 스마트폰과 다소 무겁고 복잡한 노트북 간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겨냥하는 소비자층은 대동소이하다. 기업용으로 널리 쓰일 것이란 예측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스마트TV의 경우 업체들이 애초에 상정하는 소비자층이 다르다. 향후 시장이 무르익으면 그 개념도 닮아가겠지만, TV의 경우 교체주기가 길다는 점에서 초기시장은 양측의 스마트TV에 대한 개념이 충돌하며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관련 규제틀도 재정비해야

스마트TV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자 학계를 중심으로 차츰 논의가 무르익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방송, 통신, 인터넷 등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스마트 혁명은 기존 TV업계에서 있었던 ‘컬러 혁명’ ‘디지털 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인 까닭에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스마트TV 사업자가 단순한 하드웨어 업체인지, 방송서비스 제공사업자인지,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만 스마트TV 사업모델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떤 법과 규제를 적용해 사업자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개별국가들의 상이한 규제를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문제를 관할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앞서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스마트TV의 등장에 따른 정부의 역할은 결국 방송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 사이에 공정한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박승권 한양대학교 교수는 스마트TV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인터넷 환경에서 방송 관련 규제법 적용을 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TV 포털사업자의 허가 및 등록에 관한 규제 △종합편성, 보도, T커머스 사업자의 허가 및 등록에 관한 규제 △중간광고, 간접광고 등에 관한 규제 △역외방송 및 폭력, 음란물에 관한 규제 △데이터방송 및 방송연계 T커머스 방식에 관한 규제 등을 거론했다.

박 교수는 또 “스마트TV 시대에 맞춰 지상파 및 다양한 PP(프로그램 프로바이더) 등을 묶어 PC나 스마트TV에 제공하는 TV 포털사업이 5~10년 사이에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내년 CES 이후 주목해야

일단 주목해야 할 것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 2011’이다. 이를 기점으로 TV 시장의 무게중심이 스마트TV로 급격히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CES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LG전자도 스마트TV를 공개하는 등 대강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IT 주요 업체, TV 제조업체, 방송사, 기타 콘텐츠 관련업계 등도 손익계산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학계와 규제기관들도 스마트TV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논의를 본격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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