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검찰수사…기수경쟁·지휘라인 부재 탓?
전방위 검찰수사…기수경쟁·지휘라인 부재 탓?
  • 정재호 기자
  • 승인 2010.11.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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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깃발
 정재계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수사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 재경지검에서 진행 중인 주요 수사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국회 입법로비 의혹(서울북부지검 형사6부)과 한화·태광그룹 비리(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C&그룹 비리(대검 중수부),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비리(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신한은행 고소·고발 사건(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수사가 활발히 진행 중인 사건은 청목회 비리 사건이 유일하며, 나머지 재계 관련 수사는 G20 정상회의 이후에나 다시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전례없는 재경지검의 동시 수사가 이어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으로 검찰내 기수경쟁과 수사를 조율하는 지휘라인의 부재를 가장 먼저 꼽는다.

가장 먼저 승진을 앞둔 사법시험 25회 검사장과 29회 차장검사들의 기수경쟁이 첫 번째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이창세 서울북부지검장, 길태기 서울남부지검장, 이재원 서울동부지검장은 25회 동기로 모두 검찰 내 요직을 거친 뒤 유력한 고검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윤갑근 중앙지검 3차장, 봉욱 서부지검 차장, 조은석 북부지검 차장, 이창재 남부지검 차장, 김강욱 동부지검 차장도 차기 검사장 승진 1순위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해당 지검장과 차장 모두 특수수사 등에 잔뼈가 굵은 일명 '수사통' 출신이라 승진을 앞두고 수사 성과를 보여야 겠다는 의욕이 충만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이 터져 검찰은 장시간 대형수사를 중단했고, 반사적으로 각 지청마다 해당사건을 충분히 내사할 수 있었다.

즉 수사 공개 시점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지만, 그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해 다수 정치인과 대기업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매년 기수별로 선의의 수사경쟁이 있어왔지만, 올해 재경지검 수뇌부는 유독 수사통이 대거 포진돼 있어 대형수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특수수사의 부활을 위한 인사조치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대검 핵심 관계자도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야권탄압, 재계 길들이기 차원에서 수사를 파악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사팀이 강제수사를 더 미루기 힘들었을 뿐"이라며 "수사경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충분한 준비를 한 수사치고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결국 수사의 큰 줄기를 조율하는 지휘라인의 능력 부재가 동시다발 수사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검찰의 조율자 역할을 해야하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사시 22회)이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사시 20회)과 김준규 검찰총장(21회) 보다 후배인 점을 근거로,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법무부가 이미 수사의 가속도가 붙은 뒤에야 G20을 이유로 부랴부랴 속도조절을 나선게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장관은 청목회 비리와 관련돼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추후에 보고 받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압수수색 전날 이 장관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간접적으로 "G20 이전에 수사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법무행정과 수사실무를 조율해야하는 검찰국의 역할이 미비했고, 대검 역시 재경지검 특수수사를 조율하면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통상 검찰은 인접한 청에서 대형 수사가 진행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수사가 매듭지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게 관행이었지만, 올해는 검찰 전체를 위한 '기다림의 미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모 법조계 인사는 "(동시다발 수사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쓸데없는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게 사실"이라며 "사전에 충분히 조율될 수 있었음에도 중구난방으로 수사가 진행돼 혼란스러운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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