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칼럼>쥐들의 전쟁
<한이칼럼>쥐들의 전쟁
  • cwmonitor
  • 승인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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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 옥 목사 / 간석제일교회


어느 버려진 집에 백 년이 넘도록 두 무리의 쥐가 싸움을 계속했다. 창고에서 사는 갈색 쥐와 다락에서 사는 검은 쥐는 그 사이의 빈터를 두고 틈만 나면 패싸움을 벌였다. 요즈음 들어서 두 진영은 승부와 관계없이 싸움이 끝나면 전사자를 위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발효된 쓰레기를 갉어먹고 취한 쥐는 한 맺힌 지난 날을 들먹이며 찍찍 슬픈 노래를 불렀다.

먹다 남은 부스러기로는 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모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쥐가 대승을 거두었다. 검은 쥐는 두 구역을 가르는 썩어 가는 계단 위에 특별히 맛좋은 쓰레기를 놓아 덩치만 클 뿐 멍청한 갈색 쥐를 유인한 뒤 급습하였다. 갈색 쥐는 지난 몇 년 이래 가장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 뒤부터 검은 쥐 우두머리는 희망에 들떠, 쥐들에게 밝은 앞날이 열리기를 바랐다. 큰 승리를 거둔 직후 그는 휴전 협상을 벌일 때가 온 것으로 판단했다. 우두머리는 다른 검은 쥐에게 제 생각을 밝혔다. 그 검은 쥐는 아연실색했다. 우두머리를 향하여 “지난 백여년 동안 많은 용감한 쥐가 치른 희생을 잊었단 말인가? 아무리 전술의 귀재라지만 무슨 권리로 다음 대의 쥐에게서 목숨바쳐 순교할 기회를 빼앗으려 드는가?

장차 쥐들은 무엇을 위해 추모상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란 말인가?” 검은 쥐는 우두머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설득 작전을 폈다. 그날 밤 검은 쥐들은 발효 쓰레기를 잔뜩 먹었다. 그들은 그 동안 희생된 검은 쥐의 원수를 갚을 때까지 절대 싸움을 그만두지 않기로 다짐했다. 갈색 쥐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야 마땅했다. 그리고 그들은 취해서 다 함께 아름다운 옛 노래를 불렀다.

때로 우리 인간도 이처럼 더 이상 싸울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위한 전쟁을 고집하곤 하지 않는가? 그래서 A. 로렌스는 “지구상에는 동족끼리 싸우는 두 종류의 피조물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과 쥐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정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전쟁이 우리를 정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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