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사는 역시 교수로서, 특히 신약을 전공한 교수로서, 성경 본문에까지 생각을 미치는 것이다. 최장로로서는 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나 할까.
“그러하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받들라는 첫째 기원을 범하는 것이니라. 그것은 동시에 그 기도를 가르쳐 준 나도 모독하는 것이니라.”
“주님, 이제 한국 교회의 목회 일반에 대해서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이 보기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 같사옵나이다”
“한국 교회의 목회에 대하여 문제점을 말하려면 적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참으로 많으니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한목사와 최장로는 각각 한국 교회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나의 이 말을 한국 교회에 전할지니라”
“예, 그러하겠나이다”
한목사와 최장로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말씀을 기록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진중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한국 교회 목회의 문제점을 말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예배에 관해서 말해야 하느니라. 한국 교회는 세계의 어느 나라 교회보다도 많은 예배를 드리고 있으나, 그 예배에 잘못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라. 예배는 성도의 신앙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인 것이며, 따라서 목회자는 예배를 인도하는 자로서 이 예배를 바로 드리도록 해야 하는 데도, 예배에 많은 잘못이 있느니라. 그 가운데서 유독히 한국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주기도와 사도신경에 관한 것이니라.”
“주님, 어쩌면 한국 교회에만 예배와, 또 그 중요한 주기도와 사도신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시나이까?”이렇게 묻는 것은 물론 최장로이다. 한목사는 목사로서, 또 신약학 교수로서 한국 교회의 예배와 주기도 사도신경의 우리말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그러한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주로 최장로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인 듯하다.
“주기도와 사도신경의 내용이야 세계 어디서나 다를 바가 없는데, 그 문제가 한국교회에만 있다고 하는 것은 그 한국말 번역이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니라. 그 중에서 각각 한 가지씩만 지적하면, 주기도에서 내가 ‘오늘’ 하루의 양식을 구하라고 가르쳤는데, 한국 교회에서는 그 번역을 잘못해서 ‘오늘날’로 하고 있으니, 이것은 한국말로는 참으로 웃기는 말이니라.
“주님, 그러나 한국 교회 교인들은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나이다. 그 이외에도, 주님께서 아시는 대로, 세밀한 점으로는 많이 있사오나…”
예수님의 말씀에 먼저 한목사의 반응이다. 최장로는 처음으로 알게 된 이 사실에,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이매 그대로 믿어야 할텐데, 그대로 믿자니 너무도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최장로도 한국말을 잘 아는 한국 사람인지라 ‘오늘’과 오늘날’의 차이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 중에 누가 ‘오늘’이라 해야 할 경우에 ‘오늘날’을 써서, ‘오늘날 열 두시에 사무실에서 만납시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면, 웃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웃기는 말’이라고 하신 것이다.
최장로가 잘 알아듣는 것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만족해하시는 표정으로 특별히 최장로의 이름을 불러 다시 말씀을 이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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