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보라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보라
  • 김승중 카네기연구소 서울시티 소장
  • 승인 2011.03.30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승중
살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니,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좀 힘이 듭니다. 피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고 자주 다짐을 하지만 의식적인 거부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는 듯합니다. 미간에 무엇인가 집중된 듯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고, 까닭 모르게 속이 쓰렸다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을 느낍니다. 아침에 세수를 하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며 체력이 약해진 것을 알려줍니다. 임파선이 부어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강의 중에 잘 웃지를 않으며 오히려 수강생을 꾸짖는 듯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쳐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대상 앞에서 하소연을 하듯 변명을 하듯 속마음을 그냥 여과 없이 쏟아내다 보니 주책없이 눈물까지 흘렀습니다. 흔들리는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그대로 더 말을 하여 몸이 흔들리는 통곡이 되고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져서 폭풍이 휘몰아치듯 감정을 풀어 놓으니 비가 그치고 난 후에는 더 할 나위 없이 파란 하늘과 청명한 시야가 확보된 여름 어느 날처럼 차분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얼마가지 않아 다시 매연으로 회색이 되는 서울 하늘처럼 저의 마음은 또 지쳐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어떤 시련이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라도 글을 읽으시면서 저를 걱정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겪는 삶의 피로감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강하다고 하지만 제가 아는 저는 아주 나약한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무척 부지런하다고 하지만 세상에 저 만큼 게으른 사람이 있을까 싶게 저 스스로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름 낭만적인 경향이 있어서 울 줄도 안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발견하려 합니다. 사람에게는 본질적인 외로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극도로 부각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면 이 외로움이 사라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무엇이든 아무리 끌어안아 보아도 펑 뚫려 있는 것 같은 가슴이 채워지지 않아 아파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은 제가 어려서 어머니를 사별했던 상처가 원인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실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입니다. 당신도 무엇을 잃어버린 아픔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외로움의 근원은 내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에 있는 듯합니다. 저는 오늘 확정적인 언어보다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의 얇은 철학에 근거해서 말하기 때문이니 이해하여 주세요. 군중속의 고독이라고 하나요. 하루에 일주일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정작 나를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내가 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적습니다.

단지 저를 지탱하는 것은 책임 때문인 듯합니다. 내가 누구입니까. 나는 나를 찾고 싶습니다. 이것은 너무도 호사스러운 요구 같습니다. 진리를 찾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오늘 제가 해야 하기로 약속되어 있는 그 아우성치는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늦은 저녁에 지하철에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 때가 늘어나면서 슬그머니 화기 치밀어 오릅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임금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꾼의 마음처럼 분노가 일렁입니다. 누가 당신더러 그렇게 바쁘게 살라고 했나요. 힘이 들면 속도를 줄이세요! 라고 충고하지만 여보세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내 맘대로 일을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알았습니다. 저의 피로감은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지를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을 만들어야 하는 데 조악한 품질을 만들어내니 자기 중요감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허겁지겁 달리다 보니 주변을 바라볼 시간도 없고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말을 건넬 마음의 여우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외롭지 않겠습니까.

이번 주에도 전쟁터에서 싸운 군인처럼 살았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시간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오늘 저녁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싶고 애들 공부하는 뒷모습을 보고 어깨라도 한번 주물러 주며 힘내라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애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아는 지혜를 얻으세요. 어떻게 지내요? 말을 건네 보세요.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아서 중요감을 갖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당신을 응원하는 것뿐이군요.

【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