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日 원전 폭발…한국은 안전한가'
이슈진단 '日 원전 폭발…한국은 안전한가'
  • 이득수 기자
  • 승인 2011.03.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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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찬반양론 마땅 대안없어 고민

▲ 일본 대지진 긴급토론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강 건너 불이 아니었다. 방사능 물질은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미국 쪽으로 날아가 한국에 직접 낙진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환경운동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 사이에 원전 찬반양론에 불을 지폈다.

어느 나라나 진보성향을 가진 시민 환경단체들은 예외 없이 원자력발전에 대해 반대하는 게 공통점이다. 한국의 진보 환경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처럼 지진과 쓰나미에 정통으로 맞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진보적 성향의 환경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고는 한국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진보 환경단체 긴급토론회 열어 원전 진단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은 3월17일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과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이석호 기획부장, 전북대 오창환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일본 마쓰야마대학교 경제학과 장정옥 교수,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에너지기후국장 등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고,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이창현 교수가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도 원전 사고의 가능성이 열려있으므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원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진설계가 충분한지 살펴볼 것,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한 원전계획을 재수립할 것도 요구했다. 예상외로 과격한 반대론은 나오지 않았으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전은 충분한 안전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효율대비 비용측면과 위험성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기조를 이뤘다.

정부측을 대변한 이석호 KINS 기획부장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부가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원전은 설비가 훨씬 우수해 동일한 상황에서 시간적으로 대처할 여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주최자인 환경운동연합의 지영선 공동대표는 토론회 서두의 인사말에서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한 다음 원전, 원자력, 핵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실상을 잘 드러내준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나라의 원전 확대정책이 걱정되고, 녹생성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국익 얘기(논리) 앞에서 제대로 (원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쉽지 않았다”며 토론회를 마련한 배경을 밝혔다.

환경재단 최열 대표도 “80년대부터 핵의 안전성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얘기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빨리 긴급토론회를 해야 한 이유는 국민이 가장 관심이 있을 때 토론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자리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하고, 이어 “이번 토론을 통해 21세기 위험 사회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고 원전저지 의사를 내비쳤다.

◇진보신당, 충실한 연구자료 내놓고 문제 제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가장 강경한 기조를 띄면서도 과학적이 치밀한 자료를 내놓은 곳은 진보신당이다. 강은주 정책연구위원이 작성한 ‘이슈 브리핑-일본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본질과 한국 원전의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강 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21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17개가 동해안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일본 사고는 지진에 대한 직접 피해가 아니라 해일로 인한 냉각 시설의 고장에서 비롯된 사고임을 감안하면 우리 역시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지금 한국은 (한국형 원전에 대해) 안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월성1호기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히고 “원자력 르네상스 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면 재검토, 원자력 문화재단 폐지 등을 실시해야 하며, 수명이 다한 발전소를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인가를 위해 사회 각 분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외에도 제2원전이 긴급 가동 중단됐고, 동북발전의 오나가와 원전 역시 중단됐음을 상기시켰다.

언론에서 그간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됐던 ‘한국은 가압형, 일본은 비등형 원자로라서 차이가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했다.

강 위원은 “BWR(비등 경수로)와 PWR(가압형 경수로)의 구분은 단지 발전소의 발전방식을 나누는 구분일 뿐 결코 안전성을 구분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BWR은 직접 물을 끓이기 때문에 발전소의 효율이 좋고 원자로의 제작이 쉬운 장점이 있으며, PWR은 압력을 높여 물을 끓이기 때문에 두꺼운 압력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또 일종의 열교환기인 증기발생기를 통해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를 구분하기는 하지만, 발전소를 오랜 기간 운영하다 보면 증기발생기 세부관로에 문제가 생겨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소 방식의 경쟁 양상도 언급했는데, 일본은 지난해 터키 원전 수주에서 일본이 승리한 원전은 도시바의 ABWR(Advanced BWR∙BWR의 개량형)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원전 건설업계는 BWR과 PWR 두 가지 방식이 경쟁하는 양상인데 일본은 두 가지 모두를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발전소 부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지적했다.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원전 비중을 48.5%로 높이겠다는 계획하게 원전 확대정책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첨병으로 보는 것은 전원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

강 위원은 “따라서 수명연장이 결정된 고리1호기와, 올 6월 안에 수명연장이 결정될 월성1호기 등은 수명연장을 당장 포기하고,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핵발전소는 잠재적인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원전 확대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이 친환경적이고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허위사실’을 끊임없이 유포해온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한국원전의 안전성과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기구를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구성하고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보수 진영은 상황 관망 중, 한나라당 간담회 열어 안전성 ‘확인’

한편 대표적 보수우파 단체인 조갑제닷컴, 국민행동본부, 코나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에서는 진보단체와는 대조적으로 이렇다 할 논평이나 성명, 토론회 등을 내놓거나 진행한 것이 없어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파 쪽은 대체로 한국의 전력 공급체계에서 확실한 대안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전 건설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 없으며,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권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의원이 3월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안전한가? 일본 원전사고를 통해 본 국내 원전 안전성’이라는 주제로 긴급간담회를 개최해 원전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원자력 안전정책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백민 원자력안전과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석호 기획부장,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종인 원장, 한국수력원자력 강신헌 안전기술처장,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 발언을 통해 패널들은 국내 원전들이 지진, 해일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주로 인접국 원전의 위치와 관련한 상대적 안전성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직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접국의 원전 위치선정 단계에서부터 협의가 필요하다”며 “한중일이 함께, 원전의 입지가 인접국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활발히 공유하고 공동 대처하는 네트워크, 즉 ‘(가칭)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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