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일본발 방사선 공포에 지구촌 벌벌
[뉴시스아이즈]일본발 방사선 공포에 지구촌 벌벌
  • 박준형 기자
  • 승인 2011.04.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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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금. 아이즈용***日 후쿠시마 원전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더 큰 재앙의 그림자가 일본 전역을 뒤덮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의 방사선 누출이 연일 악화하면서 방사선 대재앙의 우려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5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방사선 사고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사선 공포는 일본 열도를 넘어 이웃나라인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원전 심각한 상황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안정을 되찾기 위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전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원전 원자로 3호기에서 법적 한계치의 1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된데 이어 2호기에서도 10만 배가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원전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는 법적 한계치의 4385배에 달하는 1㎤당 18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요오드 외에도 세슘134가 783.7배, 세슘137이 527.4배로 각각 검출됐다.

원전 부지 내 토양 5곳에서는 플루토늄이 검출됐다. 검출된 플루토늄은 인체에 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원전 사고로 인해 핵연료에서 방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의식은 더해졌다.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시금치와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우유 등 식품들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원전 3호기에서 전력 복구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정상보다 1만 배 정도 높은 수치의 방사선에 노출됐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치의 방사성물질 누출로 인근 지역의 지하수와 저수원, 바닷물 등이 심각한 오염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과학자연맹 에드윈 리만은 “냉각에 사용된 지하수 및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으며 인근의 바닷물과 지하수, 저수원들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많은 방사성물질이 원전으로부터 대기로 누출됐으며 이는 다시 바닷물과 지하수 등에 가라앉아 상당한 오염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전 안정을 되찾기 위한 복구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결국 원전 1~6호기 모두를 폐기할 뜻을 밝혔다. 도쿄전력 가쓰마타 쓰네히사(勝俣恒久) 회장은 “바닷물을 주입하는 등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원전 1~4호기를 폐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技野幸男) 관방장관은 5, 6호기 역시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지난달 31일 “후쿠시마 원전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며 처음으로 원전 해체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방사선 공포 초비상…사상 최악 핵 참사?

일본 원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전 세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미국과 중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등은 일본 후쿠시마현과 군마(群馬)현, 이바라키(茨城)현, 도치기(栃木)현 원전 인근에서 생산된 우유, 과일, 채소, 해산물 등 식품에 대한 수입을 중단했다.

일본에 대한 운송 및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사례도 속출했다. 독일 운송업체인 하파크 로이드와 덴마크 머스크 라인은 도쿄와 요코하마항 등으로 가는 화물 운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를 줄이거나 방사선 검사를 본격화했다. 일부 국가의 항만과 보건, 세관 당국에서는 일본을 방문한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일본 여행 금지령을 선언하는 국가도 잇따랐다.

하지만 이미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 방사선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전 세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독일 슈바르츠발트,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黑龍江)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중국의 경우 10여개 지역에서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미국 태평양 연안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우유에서 미량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미세한 수준으로 인체에 위협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방사선 누출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지구촌이 방사선 공포에 떨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상 최악의 핵 참사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대규모 방사선 누출과 핵연료봉 과열로 일본의 핵 위기가 사상 최악의 위험한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역임했던 빅터 길린스키는 “원자로 격납용기가 뚫린 점을 감안하면 사용 후 연료봉 저장 수조에 냉각수가 없을 경우 실제 방사선 유출 정도는 체르노빌 당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 그리고 후회

방사선 공포의 확산 속에 최근 이번 원전 사고가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예고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원전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불충분했다고 인정했다. 안전장치 불충분으로 인해 결국 방사선 누출까지 이르게 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에다노 장관은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며 “현재 위기가 끝났을 때 이번 사고와 관련한 안전 기준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를 예측한 연구 결과를 묵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P 통신 조사에 따르면 도쿄전력 연구팀은 2007년 당시 과학적 증명과 지질학적 조사 결과, ‘향후 50년 내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10% 정도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어떤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 사태 진화가 더뎌지면서 전 세계에 방사선 대재앙의 불길한 전조가 드리우는 가운데 일본 당국의 허술한 예방 및 대처 자세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다만 전 세계가 대재앙을 겪지 않기 위해 일본 당국의 반성이 때늦은 후회에 그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1호(4월1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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