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사흘 간 북한을 방문한 카터 대통령이 28일 서울에 도착해 풀어 놓은 방북 성과는 예상 외로 빈약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표시하고 6자회담에 한 발짝 다가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전한 북한의 메시지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유감 표명만 있었을 뿐 남북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과거와 다름 없는 '대화공세'로 치부하고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울에 도착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를 보고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다음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아침 일찍 한국을 떠났다.
미국에 도착한 카터 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방북 성과를 설명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클린턴 장관은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겠느냐는 당국자의 질문에 "Hell, No!(제기랄, 안 만난다!)"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해 특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고, 북한 문제를 스스로 풀길 원했던 한국 정부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전날인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와 대화 채널이 열려있는데, (북한이) 굳이 제3자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며 우리와 얘기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등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한미 양국 정부의 불신만 초래했다.
'대북문제 해결사'의 방북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을 기대했던 북한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카터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점쳐졌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을 대신해 카터 전 대통령을 면담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의 석방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면담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김 상임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대북 특사 자격으로 방북,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이끌어내며 '북한 문제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던 카터 전 대통령의 위상이 일년만에 크게 손상된 셈이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카터센터 홈페이지에 방북 성과에 대해 "당초 9개 목적을 갖고 여행에 나섰는데 억류된 전 목사의 석방 외에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제기구가 북한의 식량배급 상황과 아이들의 영양상태를 더 잘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며 식량지원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성과로 꼽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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