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북·중 정상회담 통해 뭘 얻었나
北 김정일, 북·중 정상회담 통해 뭘 얻었나
  • 이현정 기자
  • 승인 2011.05.27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中 호텔 나서는 김정일 위원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7일째인 26일 오후 2시 베이징(北京)역을 출발하는 특별열차에 몸을 실었다.

특별열차는 베이징역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다음 행선지를 확인되지 않았지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귀국길에 올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나선(나진·선봉)특구를 통해 중국에 동해 바닷길을 제공하는 대신 압록강 하구 황금평 개발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나선특구의 나진항은 동해로 향하는 출구로, 중국은 1990년대 초 두만강 개발계획을 세울 때 부터 나진항 사용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나진항 부두를 확보해야 창춘, 지린, 투먼 집중 개발 계획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계획'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량지원이 늦어지고 있고 한국의 5·24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을 통해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한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창춘(長春)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이치(一汽)자동차, 양저우(揚州)의 태양광 설비업체인 징아오(晶澳)태양에너지, 난징(南京)의 판다(熊猫)전자,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소프트웨어 기업 등도 시찰했다.

시찰 일정은 북한에 중국의 경제발전상을 보여줘 개혁·개방을 끌어내고자 중국이 마련했고 이에 북한이 동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중국의 발전상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방중 배경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들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고자 사전에 현지시찰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밖에 중국 측이 대대적인 식량 원조를 약속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식량 지원에 소극적인 중국이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같은 약속을 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도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경제난과 식량난을 극복할 든든한 지원군이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후계구도 문제는 후진타오(胡錦濤)주석과의 회동에서도 비중있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25일 베이징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계구도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권력 1인자와 2인자가 함께 장기간 북한을 떠나기도 부담스러웠을 뿐더러, 중국으로부터 후계체제를 인정받는 문제 보다 지원을 받는 문제가 시급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은 이미 지난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김정은이 단독 방중한다면 대내외에서 인정받을 만한 '업적'을 쌓고 중국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국가부주석을 면담하는데 적합한 직책을 받은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7월11일 '북중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체결 50주년을 기념해 방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열차를 숙소 삼아 쉬지 않고 3000㎞를 달려 중국 남북의 경제특구를 돌아보는 등 기행에 가까운 행동으로 이번 방중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무숙박 강행군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자신의 중국 방문을 이슈화 시키고 2008년 뇌질환을 앓았던 70세 노인의 이동경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장거리 여행을 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자신이 장기간 북한을 비워도 후계자 김정은이 내부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후계구도가 공고해졌음을 선전하는 효과도 누렸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친분을 쌓아온 후진타오 주석이 현직에 있는 2012년까지 밀도있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제재의 '출구'를 마련하고자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정세 안정을 약속하고 계속해서 경제지원을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방중 때 마다 중국의 경제특구를 시찰했지만 실제 개혁·개방으로 연결된 적은 없다"며 "방중을 통한 대화와 북·중 경제협력 강화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