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신인문예상 동화 >19<
너를 만나서 정말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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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서 정말 기뻐
  • cwmonitor
  • 승인 2000.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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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이 아빠는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끝내 거절하면 털보아저씨는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슬프고 힘들 것 같습니다.


“받을게요. 우리 백합농장을 다시 일으켜 볼게요. 하지만 이 돈은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서 아주 조금만 주셔도 백합농장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다 받으세요. 그 돈만 있으면 돈이 필요할 때 대출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조금 더 농장을 늘리셔도 좋고요. 그리고 이 다음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면 그것으로 다 갚는 것입니다.”

예은이 아빠는 통장을 가슴에 꼭 안습니다. 그런 예은이 아빠의 얼굴에 눈물이 넘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디선가 백합향기가 방안에 흘러오고 있습니다.


예은이는 아빠의 등 뒤에서 웃고 계시는 예수님을 봅니다. 예은이는 마음속으로 가만히 말합니다.


“예수님, 감사해요.”

17. 손바닥에 쏟아진 별

오늘은 예은교회가 봉헌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예은교회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지붕에서 물이 줄줄 새던 낡은 교회였습니다. 벽도 자꾸만 허물어져가던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털보아저씨가 예은교회를 헐어내고 다시 짓자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종구 아빠는 화물차를 사려고 저축해 두었던 돈을 모두 헌금으로 드렸습니다. 예은이도 피아노 살 돈을 건축헌금으로 드렸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물론 예은교회의 가난한 성도들이 건축헌금을 드리지 않았어도 털보아저씨가 교회를 다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은교회의 성도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끼지 않고 드리자 더 아름다운 교회가 지어졌습니다. 털보아저씨는 교회를 짓는 동안 예은교회의 아름다운 성도들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예은교회 성도들이었지만,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서로를 아낄 줄 알았습니다. 털보아저씨는 못 하나를 박을 때도 예은교회의 성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은교회 성도들은 뚝딱뚝딱 교회를 짓고 있는 털보아저씨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나 봅니다. 예은이도 교회를 짓고있는 털보아저씨를 볼 때마다 나사렛에서 목수 일을 하셨던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예은교회는 나무로 지어진 교회입니다. 작은 창문이 참 예쁩니다. 누구나 들어가 기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교회입니다.

털보아저씨와 신영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손님들이 왔습니다. 처음으로 예은교회에 손님이 많이 오신 날입니다. 모두들 교회를 둘러보며 감탄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교회에 들어가기 전에 벽을 어루만지며 기도를 드립니다. 교회 밖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도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개나리반 선생님이 참 바쁩니다. 하지만 손님들을 안내하는 개나리반 선생님이 오늘따라 더 예쁩니다. 상냥하게 미소를 짓는 개나리반 선생님에게서 사람들은 기쁨을 느낍니다. 신영이는 개나리반 선생님 옆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 언제부터 예은교회로 옮겼니?”라고 놀립니다. 하지만 신영이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신영이는 오늘 개나리반 선생님에게 꼭 말해 둘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신영이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머니께 의논을 드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개나리반 선생님에게 말할 기회를 찾고있는 신영이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이번에는 꼭 말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손님이 또 들어옵니다. 곧 예배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오늘은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영이는 오늘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드디어 옆에 아무도 없습니다.

“선생님, 털보아저씨한테 시집가면 안돼요?”

선생님은 깜짝 놀라 신영이를 쳐다봅니다.

“선생님, 털보아저씨한테 시집가요. 네?”

신영이는 아예 조릅니다.

“털보아저씨가 얼마나 마음이 착한지 아세요? 예은이가 말해 주었는데요. 털보아저씨가 도와주셔서 다시 백합농장을 시작했대요. 선생님도 몰랐지요? 털보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개나리반 선생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하지만 털보아저씨한테 시집을 가겠다는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신영이는 다시 조릅니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요. 여자는 착한 남자를 만나야 행복하게 산대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털보아저씨한테 시집가요. 네?”

하지만 신영이가 털보아저씨에게 시집을 가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털보아저씨가 가족도 없이 혼자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신영이는 아저씨가 정말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털보아저씨 옆에 개나리반 선생님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영이는 자꾸만 조릅니다.

“선생님, 털보아저씨한테 시집가요. 네?”

개나리반 선생님은 대답을 못하고 자꾸 웃기만 합니다. 신영이는 또 조릅니다. 그러자 개나리반 선생님이 말합니다.

“시집은 선생님이 혼자 가는 것이 아니야. 털보아저씨가 선생님을 마음에 두어야만 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은 걸.”

신영이는 선생님의 말을 얼른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봅니다.

“신영아, 이 다음에 말이다. 털보아저씨 마음에 들어가는 것을 아저씨가 허락하면 시집을 갈께.”

“정말요? 선생님은 털보아저씨한테 꼭 시집을 갈 거지요?”

“응. 선생님은 털보아저씨를 좋아해.”

“정말요? 언제부터요?”

“신영아, 네가 유치원에 까만 분꽃 씨와 나팔꽃 꽃씨를 가져왔을 때 선생님의 마음속으로 털보아저씨가 들어왔단다.”

신영이는 눈을 깜박이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영이의 눈 속에 털보아저씨를 처음 만나던 날이 가만가만 떠오릅니다.


박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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