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요덕에 갇힌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北 요덕에 갇힌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 강경국 기자
  • 승인 2011.07.2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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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런 정치범 수용소에서 신숙자씨와 딸들을 보았습니다"

26일 오후 3시. 북한 인권 바로알기 강연회가 열린 경남 창원 늘푸른전당 2층 공연장에는 수백 명의 청중들로 북적였다.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증언하기 위해 강단에 오른 사람은 탈북자 강철환씨와 안혁씨였다.

안씨는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 요덕수용소에는 정치범들이 사는 부락이 있다. 골짜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이곳은 통제구역으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며 요덕수용소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이 곳에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지만 완전히 죽이는 곳은 아니다"며 "요덕수용소는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신씨와 딸들은 12번 마을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영흥군의 요덕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신씨와 그의 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청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통영초등학교(45회)와 통영여중(9회)을 졸업한 후 독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북한으로 건너간 신씨가 다름 아닌 경남 통영 출신이기 때문이다.

1976년 독일에서 간호사로 근무할 당시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오길남(69) 박사와 결혼한 신씨는 혜원(35), 규원(33) 두 딸을 낳아 1985년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독일에서 4가족이 함께 살았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데다 병원에서 혈액을 취급하다 간염에 걸려 휴직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남편 오 박사는 주변에 도움을 구했고 '북에서 교수직을, 아내에겐 치료를 보장한다'는 북측의 제안을 받고 입북을 결심했다.

오 박사의 가족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신씨와 같은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안씨는 오 박사의 부인인 신씨와 딸들에 대해 "윤이상의 꼬드김에 넘어가 북한으로 왔다. 오 박사는 탈출했지만 수감된 가족들은 집에 불을 질러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은 하루에 옥수수 한 줌으로 14시간 동안 강제 노동을 시켰으며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영양실조에 걸렸다"며 "처음에는 피부가 안좋아지고 다음에는 배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나중에 제 손으로 파묻은 동료들이 300명에 이르며 사람이 뼈만 남아 쓰러지면 몸에서 하얀 줄이 흐르는데 알고 보니 이(흡혈곤충)였다"며 "하루는 옥수수를 심기 위해 야산을 팠는데 수백구의 시체가 나오기도 했다"며 끔찍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수감자들을 공개처형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공개처형을 본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가장 비참했던 것이 공개처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강단에 오른 탈북자 강철환씨는 "한국인들은 북한을 너무 모른다. 북한의 본질은 전혀 모르고 있다"며 "1979년 이후 햇볕정책 이래 안보교육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박정희 정권 때 정권을 타도하자며 백만 인파가 모였다는데 북한에서는 비교할 수 없다. (시위 참가자들을 총으로) 전부 다 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까지 3족을 몰살한다"며 "미친 사회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불가능하다. 국민의 인권이 100% 몰살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간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활을 했다"며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 뼈만 남아 있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박정열 상이군경회 경남지부장은 "저는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악을 선하다'며 '단것을 쓴 것'으로 삼는 저들의 사지(死地)에 갇혀 신음하는 국민이 이들 뿐이겠는가. 신숙자 모녀가 구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한편 1992년 한국으로 돌아온 오 박사는 귀국 전까지 UN민권위원회와 국제사면위원회, 국제적십자사에 가족을 송환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송했지만 국제적십자사 홍콩지사로부터 재북 가족의 근황을 알아보겠다는 연락만 받았을 뿐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창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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