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강영길, 대나무·수영장 속의 고독과 성찰
사진가 강영길, 대나무·수영장 속의 고독과 성찰
  • 유상우 기자
  • 승인 2011.08.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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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길 '존재'(150×225㎝, D-print, Diasec, 2010)

 사진가 강영길(40)에게 사진이란 자신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투영한 매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채 대상을 프레임 안에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민을 풀어낸다.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는 강씨의 사진 15점이 걸려있다. 단순함의 힘을 담은 '대나무'와 소멸돼 가는 존재의 고독과 성찰을 담은 '수영장' 시리즈다.

대나무는 흑백과 붉은색, 어두운 연두계열의 색이 입혀진 신작으로 꾸몄다. 화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빛을 최대한 억제한 상태에서 완성됐다.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백과 대비되는 극적 효과를 이끌어 냈다.

"메커니즘적인 접근은 배제했다"는 그는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빛도 존재하지 않았던 깊은 밤 시골의 들판에서 느꼈던 막막한 슬픔과 나를 집어 삼킬 듯한 완벽한 어둠 속에 있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나무 연작은 이 기억을 단초로 출발했다. 감정이입을 절제하면서 존재의 고독을 극복하고자 했다.

최근작에서 프레임 속의 대나무는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반면, 어두운 빈 공간의 영역이 확장됐다. 이를 통해 대나무 숲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은 어둠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발휘한다.

작업은 카메라가 아닌 머리로 시작한다. "작업하기 전 카메라 없이 관찰자로 감정을 이입한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으면 뭔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된 작업이 안 나온다"며 "자연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을 한 다음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작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촬영은 주로 해가 진 후에 한다. 특히,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섬세함에 주목한다.

대나무에 주목한 이유는 "친근하면서도 미학적으로 세련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조형적으로도 탁월하고 무엇보다 줄기와 가지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뿜어낸다"며 대나무를 예찬한다.

주로 대나무의 밑동을 포착한다. "잎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수영장 시리즈'는 지인이 수영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햇살과 고독한 수영이라는 대비를 통해 현실에서 분리돼 버린 것 같은 슬픔을 녹여냈다.

등장인물이 매고 있는 붉은 넥타이와 푸른 수영장의 물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강렬한 시각적 향유를 제공한다. 동일한 사진을 흑백으로 인화한 작품에서는 삶의 허무함과 고독이 드러난다. 전시는 8월15일까지다. 02-720-1020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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