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퓨전·남발된 환상, 뮤지컬 '피맛골 연가'
성공한 퓨전·남발된 환상, 뮤지컬 '피맛골 연가'
  • 문화부 기자
  • 승인 2011.08.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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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피맛골 연가'

이재훈의 '문화, 업자와 소비자 사이'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 등이 한 데 어우러진 장르다. 종합예술로 통한다. 각 부분을 떼어놓고 보기보다 요소들의 조화를 중시해야 한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각 요소가 찰떡궁합을 이룬다. 게다가 국악이 가미된 퓨전 뮤지컬을 표방한 만큼 사물놀이패와 상모돌리기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여느 대형 뮤지컬에 비해 다소 많은 40여명의 앙상블이 작품의 규모를 키운다.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마(避馬)에서 유래한 '피맛골'이 배경이다. 서자 출신 '김생'과 사대부 여인 '홍랑'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애틋한 사랑을 담아낸다.

1막과 2막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흘러가던 1막은 김생이 죽은 줄 알고 뒤따라 목숨을 버리는 홍랑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2막은 살아남은 김생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존재인 '행매'의 도움으로 저승에 있는 홍랑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판타지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턴테이블 무대가 효과적이다. 다만 이러한 구성은 작품이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는 인상도 풍긴다. 환상적인 무대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더라도 관객들에게 공감할 부분은 남겨둬야 한다. 일방적으로 환상을 보라고 강요하는 구석이 있다.

또 김생과 홍랑이 뚜렷한 계기 없이 급작스레 사랑에 빠지는 등 기승전결이 생뚱맞아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버거운 것도 단점이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과 '모차르트!'의 연출가 유희성씨, 연극 '벽속의 요정'과 '3월의 눈'의 작가 배삼식씨, 뮤지컬 '싱글즈'와 '늑대의 유혹'에 참여하고 MBC TV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주목받은 음악감독 장소영씨, 뮤지컬 '뷰티풀 게임'의 축구 장면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안무감독 이란영씨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테마곡 '아침은 오지 않으리' 등 음악들이 귀에 감긴다. 꽹과리 등 전통악기와 일렉트릭 기타 등 현대 악기가 서로 치고 빠지는 솜씨도 일품이다.

김생 역을 맡은 박은태는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자신이 좋은 배우라는 점을 새삼 인지시킨다. 홍랑을 연기하는 조정은은 단아한 매력을 과시한다. 행매 양희은은 극의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뮤지컬배우 박성환, 선영 등도 출연한다.

9월1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2만~5만원. 1544-1555

퓨전 뮤지컬의 풍성함, 환상 뮤지컬의 과도함 ★★★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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