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갈수록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정당의 분위기는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은 통쾌한 기분을 즐기는 분위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감 때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시정잡배들과 다름없었다. 자기 이권만을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민들의 피폐한 삶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그저 자기 입신출세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선거 때 유권자들과의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잊어버린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다시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이치에 맞지도 않은 궤변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기보다는 연예인들처럼 인기에만 집착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국민들에게 비친 정치인들의 참모습이다. 그러니 탈정화된 참신한 안철수 교수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 정치인들 중에는 지도자로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 없다. 여야 정당에서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도 인기 연예인을 뽑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국민경선을 통해 참신한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하지만 내용은 인기투표에 불과하다. 각 당에서도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인사들을 영입하려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텔레비전에 자주 나와서 대중에게 인기를 많이 받고 있는 인사들이 정당의 영입대상 1순위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인이 되려면 누구나 인기인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돈이 많아서 유력 정치인들의 후원을 해준 대가로 정치계에 들어서거나 아니면 정계에 맴돌며 머슴 노릇하다가 보은으로 정치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우리 정치계 구조에서 정말 참다운 정치인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이 탈정치인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인으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국민들은 적어도 때가 묻지 않은 인재라는 점에서 충분한 정치적 자질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안철수 교수는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감을 안겨준 부패한 현 정치인들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국민들은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변하는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즉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유권자의 힘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에 국민들은 선거가 ‘빨갱이’냐 혹은 ‘친미주의자’냐 라는 정치적 색깔을 구별하는 절차로 인식해 왔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이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인기는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색깔론을 내세우며 힘 있는 자들과 결탁하여 자신의 이권이나 챙기는 정치판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인물을 내세우기보다 인기투표에만 의존하려 한다면 앞으로 당의 존재자체가 위태로울지 모른다. 아울러 영호남 등의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집권하려는 꼼수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이 미래의 우리 정치 판도이다.
안철수 교수의 깜짝 쇼가 국민들에게 먹혀들어 간 것은 결코 그의 인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것을 일종의 ‘쇼’로 치부하거나 과소평가한다면 결코 어떤 선거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새로운 인물, 이것이 다음의 우리 정치 풍토를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