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로비의 진실
그림 로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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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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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와 기업으로부터 고문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구입한 그림이 전군표 전 청장에게 전달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당시 국세청의 인사 관행이나 상황을 고려하면 인사 청탁 등의 동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부인과 함께 공모해서 그림을 뇌물로 건넸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주정업체 3곳과 자문계약을 맺어 고문료를 챙겼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굳이 피고인을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통한 계약이 가능하고 국세청 구모 소비세과장이 지병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둘이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무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과연 한 전 국세청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때가지 전력투구할지 의문이다.

이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그림이 전군표 전 청장에게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 청탁의 동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가의 그림을 아무 대가없이 그저 동정심 때문에 주었다는 건가? 고문료도 그렇다.

국세청장이 기업에 자문해 준 내용이 무엇이겠는가. 세금을 잘 납부할 수 있는 양심인가, 아니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탈세의 수법인가. 재판부는 모든 범죄자들이 기억이 불확실하다고 말하면 다 무죄라는 뜻인가?

무죄 사유가 너무 빈약하고 자의적이다. 한 전 청장에 대한 로비의혹은 지난 2009년 1월12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 이모씨가 "2007년 초 당시 한상률 국세청 차장 부부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선물 받았다"고 밝힘으로써 터져 나왔다.

다음 날 "한 전 총장이 2008년 성탄절 골프모임 때 인사 로비를 벌였다"고 주간지서 의혹을 제기하자 한 전 청장은 3월 국세청장 직을 사퇴하고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한 전 청장 그림상납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서 민주당도 그림상납과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 직권남용에 대한 의혹 등으로 한 전 청장 및 전군표 전 청장을 고발하자 검찰은 2009년  11월21일 세무조사의 무마를 대가로 그림을 강매했다며 안원구 국세청 국장을 구속했다. 

그러자 안 국장 부인 홍혜경씨는 "2007년 12월 당시 한 청장이 남편에게 권력 실세에 제공할 것이니 3억원을 만들어주면 차장을 시켜주겠다는 말했다"고 폭로했다. 한 전 청장은 미국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진실 왜곡이라며 강력히 부인하자 검찰은 12월 초 한 전 청장 부인 김모씨를 소환하여 조사했다.

그러자 2011년 2월24일 한 전 청장은 미국서 돌연 귀국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한 전 청장 자택과 '학동마을' 구입처 서미 갤러리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하여  조사했다. 이어서 검찰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부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벌인 후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을 4차 소환해 대질신문을 했다.

결국 검찰은 서미 갤러리 홍송원 대표와 한 전 청장에게 자문료를 건넨 주정업체 관계자 2~3명도 소환하여 조사를 한 다음 4월15일 한 전 청장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발표하고 뇌물공여·특가법상 뇌물 및 뇌물수수 공범 혐의로 불구속 기소, 징역 4년, 벌금 1억3천800만원, 추징금 6천900만원을 구형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사건은 국세청 고위 인사들이 대기업들에게서 뇌물을 받고 탈세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러한 중대 범죄를 단죄해야 할 재판부가 궁색한 이유를 내세우며 무죄를 선고한 것은 명백히 스스로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국민은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 유죄라는 불공정한 우리 사법체제의 부패상을 기억하고 있다. 힘이 있는 자들에게는 어떤 범죄행위도 적당히 용서하고 무마시켜버리는 사법부의 행태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사법부는 국민의 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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