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막고 석촌호수 살리는 이가 새 대통령”
“롯데월드 막고 석촌호수 살리는 이가 새 대통령”
  • 신동립 문화부장
  • 승인 2011.10.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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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길진은 영능력자로 통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개입을 전제로 차길진이 서울 잠실동이 속한 송파구에서 국운의 흥망성쇠를 읽는다.

“송파는 예부터 전쟁터로 돌변한 적이 많았다. 삼국시대에는 백제, 신라, 고구려가 이 땅을 놓고 싸웠다. 한때 백제의 도읍이던 땅이지만 결국 송파를 차지한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삼전도의 굴욕도 낳았다. 굴욕의 상징이 된 대청황제 공덕비가 지금도 석촌호수 한편에 세워져있다. 하지만 굴욕을 당한 터에서 대한민국은 일어났다. 잠실에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차길진은 “과거 270여개로 전국 최대규모 객주가 있던 부자동네 송파의 전통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 잇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더 뻗어나가지는 못한다. 재벌의 놀이터처럼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국운의 혈자리인 송파를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송파의 역사를 묵살하는 행위”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6월4일 착공한 제2 롯데월드 얘기다. 2015년 완공 예정으로 높이 555m에 이르는 123층짜리 ‘바벨탑’이 자라고 있다. 안보문제, 특혜시비는 물론 군소상인들의 반발까지 돌파할 기세다.

롯데는 기부와 임대로 공유수면인 석촌호수를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하(山河)의 기(氣)까지 임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차길진의 지적이다. “송파는 역사의 최대 격전지다. 그 영향으로 기존의 롯데월드 건설 당시 인부 수십명이 사고사했다. 2006년에는 놀이기구를 타던 청년이 석촌호수 공유수면에 떨어져 숨졌다”고 특기한다.

어쩌자는 것인가. “국운이 뻗어나가려면 석촌호수 터의 송파나루 뱃길이 열려야 한다. 그런데 롯데월드가 유수를 가로막고 있다. 송파는 돛단배다. 초고층 빌딩은 돛단배에 때려박는 말뚝이다. 물이 새는 형국이다. 순풍에 돛을 달려면 한강 본류에 송파나루 뱃길을 다시 내야 한다. 옛 송파 나루터가 재현될 때 국운은 상승하고 통일은 더욱 앞당겨진다.”

얼핏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칠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자신의 특기인 ‘예언’도 일부 흘린다.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물길을 복원해 대권을 거머쥐었듯 한반도 패권과 관련된 송파나루의 역사적 의미를 아는 인물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작가 조세희는 소설 ‘민들레는 없다’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잠실은 모래로 만들어진 동네이다. 모래 땅에 모래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둑을 쌓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 도로를 내기 전에는 범람한 강물이 여름 잠실을 덮쳐누르곤 했었다. 모래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잠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시멘트와 철근이다. 시멘트와 철근을 빼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모래만 남아 흩날리게 될 것이다. 모래는 모래끼리 아무리 뭉치려고 해도 뭉치지 못한다. 슬픈 일이다.’

작가 김훈은 조선 왕이 오랑캐의 황제에게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으며 절을 올리게 만든 역사적 치욕을 소설 ‘남한산성’에 복원하고 있다.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조세희는 싫지만 현실을 수용하고, 김훈은 의심하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석촌호수를 역사와 시민에게 돌려달라”고 외치는 차길진에게 우호적으로 작용 가능한 문인의 명상도 있다. ‘우리는 신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사랑 앞에 무릎 꿇고 경배 드리는 자도 없고, 더 이상 물질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도 없으며, 더 이상 시시각각 다가오는 시간에 의한 참담한 소멸에 대해 주목하는 자도 없다. 문명의 세계는 재래적인 정글의 법칙도 없는 잔인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고 말았다. 무한경쟁의 원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끝없이 이간질시켜 인간주의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대보다 더 야만적인 시대가 과거에 있었던가.’ (박범신, 카일라스 가는 길)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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