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탑 유일 돌사자 제자리로, 3개는 일본이 강탈
다보탑 유일 돌사자 제자리로, 3개는 일본이 강탈
  • 유상우 기자
  • 승인 2012.03.19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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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고적도보'에 담긴 다보탑
국보 제20호인 경주 불국사 다보탑 돌사자가 제자리를 찾는다.

문화재청은 다보탑 서쪽 기단 중앙부의 돌사자를 원래 위치인 기단 갑석 위 모서리로 옮길 계획이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가 지난 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탑 돌사자의 위치가 잘못됐다고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다보탑 돌사자 자리가 원래의 위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아마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돌사자 4개 중 3개를 훔쳐 가던 과정이나 해방 이후 다보탑 보수 중에 옮겨지거나 변형된 것 같다"고 질의했다.

문화재청은 6일 회신을 보내 "일제강점기에 다보탑 돌사자 4마리 중 3마리가 없어졌고 한 마리가 극락전 앞에 보존돼 있었다"면서 "과거 기록이나 사진을 통해 기단 네 모서리에 돌사자가 배치돼 있었으며 1969년 추진된 불국사 복원 공사 현황 조사 때 돌사자가 지금의 서쪽 기단 중앙부에 자리 잡은 것을 확인했다"고 오류를 시인했다.

'돌사자의 위치가 변형됐다면 원래 위치로 옮길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돌사자의 원위치 이동은 구체적인 자료가 확보되면 전문가 등의 심층적인 검토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실린 다보탑 사진은 돌사자가 모서리 부분에 있지만 현재는 가운데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다보탑 돌사자는 일본 어딘가에 숨겨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의심했다.

1929년 소설가 현진건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고도순례 경주'란 칼럼을 보면 남아있던 한 쌍 중 사자상 하나가 분실돼 결국 한 마리만 남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탑의 네 귀에는 돌사자가 있었는데, 두 마리는 동경 모 요리점의 손에 들어갔다 하나 숨기고 내어놓지 않아 사실 진상을 알 길이 없고, 한 마리는 지금 영국 런던에 있는데 다시 찾아오려면 500만 원을 주어야 내어놓겠다 한다던가? 소중한 물건을 소중한 줄도 모르고 함부로 굴리며, 어느 틈에 도둑을 맞았는지도 모르니, 이런 기막힐 일이 또 있느냐? 이 탑을 이룩하고 그 사자를 새긴 이의 영(靈)이 만일 있다 하면 지하에서 목을 놓아 울 것이다"고 적고 있다.

광복 이후 다보탑의 돌사자를 찾기 위한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일본이 우리에게 반환해야 할 석조문화재 품목에 돌사자를 언급했다. 반환협상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일본의 라디오 방송을 비롯한 언론을 동원해 행방을 추적했다. 그러나 사라진 다보탑의 돌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1마리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파손 탓 혹은 덕이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금 다보탑에 남아 있는 돌사자는 얼굴에 난 상처 덕분에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굽은 소나무가 무덤을 지키고, 쓸모없는 갯버들이 고목이 되어 정자나무가 된 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기존의 다보탑 돌사자도 원위치로 옮긴 뒤 일제가 3마리를 약탈해간 사실을 안내판에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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