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숫자 적은데다 그나마 고장이 잦다면…
'저상버스' 숫자 적은데다 그나마 고장이 잦다면…
  • 장성주 기자
  • 승인 2012.03.2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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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임진각서 '신형 저상버스' 시승식
지난해 가을 휠체어를 타고 귀가 중이던 정은주(32·여)씨는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에 오르려다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슬라이딩식 램프(경사로)가 고장난 것이다. 정씨는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않는 램프가 자신의 탓인 듯 미안해졌다.

정씨는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모두가 내리게 됐다"며 "너무 난감한 순간 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상버스가 어쩌다 와도 램프가 작동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겨울에는 눈이나 습기 때문에 얼어버린 램프가 나오지 않아 버스 이용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통약자의 승·하차 편의를 위해 2004년부터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막상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에 오르려면 문제가 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씨는 "저상버스가 언제 오는지 안내되지 않는 정류장이 많다"며 "저상버스를 기다리며 일반버스 2~3대를 보내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말했다.

또 "휠체어에 앉아서 보기에 버스노선도나 버스카드 단말기가 너무 높다"며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도 정류장 번호 등 구구절절 설명할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은 사실상 버스회사에 떠넘겨

국토해양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고령자, 임신부 등 우리나라 교통약자는 1229만943명으로 인구대비 24.4%를 차지한다. 4명 중 한명이 교통약자인 셈이다.

이에 반해 전체 버스 중 저상버스의 비율은 12%에 불과하고 그나마 가장 많은 서울이 22.1%로 나타났다.

문제는 서울시가 내년까지 50% 이상 저상버스를 도입키로 했다가 이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2008년 시행된 '서울특별시 교퉁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3년까지 50% 이상 저상버스 도입을 추진한다.

그러나 지난 1월19일 발표한 서울시 시정운영계획을 보면 2014년까지 40% 도입으로 변경됐다.

저상버스의 도입 기간은 1년이나 늘었지만 보급율은 10%나 줄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관련 단체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2011년 국토해양부가 서울시에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배정한 예산 370억 중 167억을 쓰지 않거나 용도를 변경시켰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목표인 2013년까지 50%의 도입율을 만들기 위해선 2년동안 1000여 대의 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며 "버스 물량 확보와 충분하지 못한 국비지원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370억이 아니라 370대 분의 예산"이라며 "버스 회사가 버스 구입 후 등록까지 마쳐야 예산이 내려와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67대 분의 예산은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버스 회사들이 저상버스 도입을 취소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버스회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회사별로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희망수요조사를 하지만 형식적"이라며 "사실상 도입해야 하는 버스가 할당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가 버스회사를 평가할 때 '저상버스 도입 대수'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며 "강제성은 없지만 예산을 잘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서울시의 미온적 태도 지적

남경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인들은 저상버스가 많지 않고 이용에 불편함이 많아 이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서울시는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2014년까지 40%를 도입하겠다고만 하고 그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까지 100%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동철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의무버스 도입대수가 정해져 있다"며 "저상버스 도입에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저상버스 도입 예산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도입 목표 달성을 위해 버스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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