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볼만하다, 뮤지컬 '위키드'
낯설지만 볼만하다, 뮤지컬 '위키드'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2.06.0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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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 이야기
 '에메랄드 시티'의 초록빛이 공연장 구석구석을 비추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초록빛 마녀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를 때는 숨소리조차 멎었다. 낯선 초록 마녀의 첫 인사는 그렇게 환호와 감탄을 자아냈다.

지난달 31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초연 이후 9년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블록버스터다. 2004년 토니상에서 여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등 3관왕을 차지하는 등 그래미어워드, 드라마데스크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총 35개 트로피를 거머쥔 만큼 작품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 뮤지컬의 국내 흥행성공에 의문을 제기했다. 뮤지컬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대 여성 관객이 멋있는 비운의 남자주인공을 내세운 사랑 뮤지컬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을 걸림돌로 봤다.

또 국내에서는 가족뮤지컬의 인상이 강한 동시에 생각보다 줄거리에 대한 인지도가 약한 '오즈의 마법사'가 기반이라는 점, 외국 배우들의 영어 오리지널 공연으로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점 등도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할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들여온 설앤컴퍼니 설도윤(53) 대표의 말마따나 개막 첫 주 관객의 반응을 놓고 봤을 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게 되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는 젊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샀다. 너무 달라 서로를 멀리한 두 마녀가 상대방의 아픔과 진심을 안 뒤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남녀노소 누구나 설득할 수 있는 주제다.

이밖에 수천개의 비눗방울을 뿌리는 버블머신, 무대 꼭대기에 설치된 소형 비행기 크기의 길이 6m짜리 드래건 머신, 10m가량 하늘로 치솟는 플라잉 등의 볼거리는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메인 테마곡인 '노 원 몬스 더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 두 마녀의 우정이 싹트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파퓰러' 등 200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음악은 가장 큰 매력이다.

'위키드'는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58)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가 주인공이다.

▲ 풍성한 볼거리, 뮤지컬 '위키드'
나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였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됐으며 어떻게 해서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위키드'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프로덕션과 함께 세계적인 '위키드'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손꼽히는 호주 버전이다. 이 프로덕션에서 4년 간 호흡을 맞춘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28),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27)의 실력은 세계 수준급으로 관객들 모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첫 아시아 오리지널 투어의 하나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그랜드 시어터에서 이어지는 공연이다. 마리나베이샌즈그랜드는 2100여석,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1700여석의 규모이나 6m짜리 드래건 머신 등 기존 무대를 그대로 옮겨냈다.

한글 자막도 정서에 맞게 번역됐다. 다만, 작품 콘셉트에 맞춰 초록빛으로 제공되는 자막이 다소 깨져 집중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퀼 형식이다. '스타워즈'와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관계를 생각하면 된다. 양철나무꾼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의 탄생비화를 엿볼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 내용을 숙지하고 관람한다면 이야기의 곁가지가 풍성해진다.

오픈런 형식으로 최대 11월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설앤컴퍼니와 공연제작사 CJ E&M 공연사업부문이 제작한다. 5만~16만원. 1577-3363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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