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지금 정치에 갇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지금 정치에 갇혔다'
  • 김형기 경제부장 겸 부국장
  • 승인 2012.07.19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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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 '글로벌 금융시장의 짜르(황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에 대한 별칭이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이들 보다 앞선 폴 볼커 등 전·현직 FRB의장들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시장이 이들에게 이처럼 화려한 수식을 헌사한 것은 이들 모두가 정치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자본시장을 든든하게 방어해줬다는 경배의 의미도 담겨있다. 비록 벤 버냉키에 대해선 아직 전임자들에게 보냈던 만큼의 신뢰를 주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가 시장의 신뢰를 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졌지만 미국의 행보는 뭔가 미적지근하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파장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에 면한 남유럽국들로 무섭게 번지는 와중에도 적극적인 개입에선 한발 빼는 모습이다.

최근 벤 버냉키 FRB의장은 미국 상,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지만 미국만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3차 양적완화'를 펼칠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냉키의 이같은 인식에 대해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의 대척적 이해관계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실정을 물고늘어지는 공화당 입장에선 선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FRB가 '경제에 화색을 돌게하는 금융정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한다.

반면 현재의 경제을 책임져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나 민주당으로선 '아픈 환자를 빨리 치료하라'고 주문한다.

양당의 강한 압박에 갇힌 버냉키 의장의 선택은 '할듯 말듯'이다. Q3정책을 펼쳐도 공격받고, 안 펼쳐도 공격받으니 절묘한 선택이다.

지난 2001년초 미국 정부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넘어갈 당시 FRB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행보는 어찌보면 지금 '버냉키 선택'의 반면교사다.

그린스펀 당시 FRB의장은 대선결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강한 톤으로 민주당 경제정책 기조에 손을 들어줬다. 부자감세 등을 주장했던 공화당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경제 생리를 잘 모르는 소치'쯤으로 폄하했다. 2000년의 대선 이벤트를 전후로 그린스펀 낙마설이 시장에 확산됐던 배경이다.

클린턴 대통령도 어쩌지 못할 정도의 위상을 지녔던 그였지만 부시가 대선에 승리하면서 목소리는 조심스러워졌고, 급기야 공화당 경제정책에 대한 옹호 논리마저 펼쳤다.

미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던 그린스펀마저 결국 정치논리에 고개를 숙인다는 엄정한 현실을 드러내 보였던 순간이다. (그는 이후 6년간 더 FRB의장에 머물렀다)

경제가 정치의 입김에 놀아나면 '현실인식'이나 '논리'는 실종된다. 특히 대선이나 총선 등 정당의 사활이 걸린 시점에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공방이 시작되면 경제정책당국은 물론 재계, 금융계 모두 숨을 죽인 채 사태 추이만 살펴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찌 그리 속바탕이 한결 같은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 모든 결과에 대한 부담과 고통은 안타깝지만 항상 국민들 몫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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