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포드 CEO, 왜 온 거야?
'빈손' 포드 CEO, 왜 온 거야?
  • 김훈기 기자
  • 승인 2012.09.1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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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포드 본사의 CEO가 31일 방한했다. 2006년 취임한 앨런 머랠리. 보잉사에서 37년간 근무한 그는 글로벌 기업인들 사이에서 성공한 CEO로 통한다. 망해가던 포드를 살렸으니 당연한 찬사.

그런 유명 짜한 인물이 대한민국을 찾았으니 포드의 한국 판매를 담당하는 포드코리아가 바빠진 것은 당연지사. 더욱이 20년간 포드에 몸담았던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지금 수입차 협회장을 맡고 있다. 대외적 이미지가 있으니 허투루 대접할 상황도 아니었다.

덕분에 이날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보도자료("포드 CEO 앨런 머랠리, 한국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성장 계획 발표")도 머랠리가 한국에서 매가톤급 발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비해 그의 발언에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담기지 않았다. 이날 언급된 지원책이나 신차 출시 계획 등은 모두 지난해부터 포드코리아가 이미 언급한 것이었다.

대신 그는 지난 6년간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한·미, 한·EU FTA 체결을 근거로 시장 개방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FTA로 인해 신차들을 대거 출시할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포드의 한국시장 판매가 올해 들어 28%나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을 적극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반면 포드가 한국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는 답변을 피했다. 짐작해 보면 FTA 이전에는 한국시장이 폐쇄적이라 포드의 판매가 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회피한 자기 방어적 자세다. 포드를 예로 들어보자. 1997년 포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8%나 됐다. 수입차도 거의 없었고, 차를 보는 사람들의 안목도 그리 높지 않았던 시절이다. 미제라면 뭐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던 때였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포드의 성적은 초라하다. 올해 1~7월까지 수입차 점유율이 7위인 3.82%에 불과하다. 업계 1위인 BMW(23.17%)의 6분의 1에 그친다.

이유는 단 하나. 덩치가 커진 수입차 시장에서 포드가 독일과 일본 등 경쟁사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름 먹는 하마'라는 별호가 붙은 미국 차일 뿐 변화하지 못했다. 그 점이 포드가 한국에서 부진하게 된 이유다. 최근에야 에코부스터니 디자인 개선이니 하며 신차를 내놨지만 반응이 시큰둥한 것 역시 사후 약방문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6년 동안 자신이 일군 치적만 장황하게 언급한 머랠리 CEO를 바라보는 심정이 씁쓸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정보 없이 한국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했다면 더 큰 문제다. 정작 중요한 질문을 피해가는 그에게 한국은 그저 고만고만한 시장에 불과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며칠 전 중국 공장 기공식 참석차 아시아를 방문한 그는 이날 오전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바람같이 미국으로 날아갔다. 성공한 CEO로 명성을 얻었다면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에 갔다 와선지 입맛이 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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