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외면하는 기아차
소통 외면하는 기아차
  • 최현 기자
  • 승인 2012.11.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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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가 최근 열린 신차 출시 행사에서 소비자들과의 소통은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행사를 진행, 참석자들의 불만을 샀다. 신차 출시 행사 때면 으레 진행하던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기아차의 미국 연비 과장 논란과 일부 차종의 직분사(GDi) 엔진 결함 등 연이은 악재가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오전 열린 '더 뉴 K7' 출시행사에서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사진 촬영 직후 수행 임원들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 사장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던 200여 명의 기자들은 망연했다.

올해 열린 수십여 회의 신차발표 행사 중 신차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올 7월 열린 기아차 쏘렌토R 출시 때도 미디어 시승과 함께 해당 임직원들이 차량 및 회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질의·응답시간은 소비자 입장 뿐 아니라 사측 입장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회다. 출시행사를 직접 볼 수 없는 고객 입장에서는 신차의 장·단점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는 신차를 좀 더 알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자연스레 질의·응답을 기다렸던 이날 참석 기자들 역시 뒤늦게 이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방적으로 신차에 대한 장점만 늘어놓고 '살테면 사라'식으로 끝낼 거면 신차발표 행사는 왜 연 거냐"는 말이 나왔다.

더욱이 기아차가 협찬하는 아이리스2 출연진들의 새 드라마 홍보가 이어지며 "연예부 기자가 왔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는 행사가 끝나기 전 자리를 떴다.

업계는 기아차가 미국 연비 과장 논란과 일부 차종의 직분사(GDi) 엔진 결함(뉴시스 11월9일 단독보도) 등 연이은 악재에 대한 이슈화를 피하기 위해 질의·응답 시간을 생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대·기아차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밝혔고, 이 소식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확산되며 크게 이슈가 됐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9일에는 기아차의 1.6ℓ GDI(직분사) 엔진 일부에 결함이 됐다는 소식이 뉴시스 단독보도로 알려졌고 이미 국내에서 해당 차량에 대한 무상수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한 것도 밝혀졌다.

현대·기아차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이번 질의·응답을 통해 다시 불거지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제외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완전한 신차가 아닌 상품성개선(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구태여 질의·응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의 관례를 봤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 해결하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할 경우 소비자들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에서의 신속한 대응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를 숨기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비 과장 사태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공인연비와 실연비의 큰 격차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빠른 대처와 달리 국내서는 '법규상 문제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지난 2010년 북미 대규모 리콜 사태가 불거지자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직접 나서서 대응했다. 연관이 적었고 시장 규모도 작은 한국을 올 초까지 두 차례 방문할 정도로 세심했다. 토요타가 국가간 감정이 불거진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신뢰를 회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 문제가 된 이슈를 틀어막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솔직하게 문제를 시인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현대·기아차를 응원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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