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동북아정책과 북핵문제
러시아의 동북아정책과 북핵문제
  • 여인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2.11.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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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북·러 천연가스관 건설에 심혈 기울여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1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 등장과 한반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대외정책과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 시아오허 청 중국 인민대 교수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후진타오 주석의 유산과 시진핑 부주석의 향후 정책 방향', 여인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과 북핵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주요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었고 6자회담이 개최된 지 9년이 지났으나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 9월 29일 유엔총회에 참석중인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의 핵 억지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될"이라고 밝혔다. 2012년 4월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출범시킨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등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반면, 미국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착수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 관련국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토록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러시아는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을 21세기 국제안보와 자국 국익에 대한 중대한 도전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핵무기‧미사일 등의 확산 방지와 실험금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국 극동지역의 접경국인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기조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1차 북핵 위기 발생시 친서방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던 러시아는 1992년 말 모스크바 공항에서 북한으로 탈출하여 핵기술을 이전하려던 30명 이상의 러시아 과학자들을 제지하는 등 자국 핵과학자와 핵연료 유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북한이 IAEA의 사찰과 남북한 상호핵사찰을 수락하도록 하기 위하여 평양에 압력을 가하는 한편, 미국·일본 등 서방과 공조체제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과정에서 소외되었으며 러시아형 경수로 제공도 실패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1992년 말부터 유라시아 외교노선으로 전환한 러시아는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과 10월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문'채택을 계기로 1990년 9월 한·소 수교 이후 악화되었던 대북 관계를 재정립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북한 핵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등이 북한에 군사제재를 가하거나 강제사찰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였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야기된 이후 러시아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08년 12월까지 계속된 6자회담에서 러시아의 기본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안전보장, 북·미 양국의 우려사항 동시해소, 대화기조 유지이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자행된 북핵 실험과 관련, 러시아는 이를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핵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한반도 정책기조는 안정과 평화이기 때문에 북한을 극도로 고립시킬 수 있는 개별국가 차원의 대북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미·일과 같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북한에 촉구해 왔던 러시아 정부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의 재개'를 주장하는 북한 입장을 2011년 3월부터 지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8월 울란우데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대중 편향정책을 완화하고 러시아가 중시하고 있는 남·북·러 천연가스관 건설에 대한 북한의 지지를 확보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말 현재 북핵문제는 북한의 강력한 핵보유 의지, 6자회담 재개문제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입장차이,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그 해결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정책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정부는 최대 목표를 북핵 폐기에 두되 차선책으로 북핵 관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IAEA 사찰단의 북한 핵시설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고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은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북한을 NPT에 복귀시켜 IAEA 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을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북한을 NPT에 복귀시키기 위해 회원국 27개국 중 25개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EU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U가 1995~2007년 시기에 북한에 설치한 '유럽 인도주의원조 사무국'(ECHO)은 매우 효과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EU 대표단이 2001년 5월방북하여 김정일로부터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또한 EU는 대북 개발지원을 위해 '2001~2004년 EU·북한 전략문서'(EU-DPRK Strategic Paper for 2001-2004)를 2002년 3월 채택하였으나, 2차 북핵 위기 등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ECHO의 재설치, EU의 대북 개발지원 프로젝트 수행 등과 북한의 NPT 복귀 및 비핵화 과정을 연계해 북핵을 관리 또는 폐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우리 정부는 미국·러시아 등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북한의 3차 핵실험이나 핵관련 물질과 부품의 제3국 수출을 방지토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2009년 5월 26일 전면 참여를 공식 선언한 PSI와 2010년 11월 1일 가입한 PSI의 핵심기구인 운영전문가 그룹(OEG)을 활용해 북한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들을 공유토록 해야 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자행하는 경우,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에 개별국가 차원의 대북 제재를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넷째,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TSR-TKR 연결과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등을 통해 남·북·러 간 및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영국·서독·프랑스·이탈리아 등 9개국은 1958년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을 설립하여 가맹국내 원자력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필요한 조건을 정비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동아시아 원자력공동체'를 설립하여 북한의 핵개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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