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 통합당 문제인 후보 대결로 나아가고 있다. 이념적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며 지역적으로는 모두 영남이어서 이 지역의 표의 행방을 두고 두 후보의 다툼이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의 대선을 바라보는 눈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선거 때만 되면 의례히 후보들은 서민들에게 손을 내민다. 재벌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제 민주화도 이런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들과 재벌들에 대한 규제나 세금 부과 문제 등도 귀 따갑게 거론 된다. 그러나 이런 약속도 선거가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이 그랬다.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했지만 재벌 돕는 정치를 하지 않았던가.
모든 정치인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후보들은 서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손을 잡고 머슴이 되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도 당선이 되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서민들이 보기조차 어려운 높은 사람이 되어 군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정치판은 온통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한 순간만 속이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듯하다. 사실 맞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건망증이 심해 아무리 정치인들이 속여 먹어도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속아도 또 다음 선거만 되면 그 사람을 다시 찍어 준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무슨 말이든 국민들에게 달콤한 말잔치를 베풀면 그만이다. 우리 유권자들의 이러한 속성을 잘 알 고 있는 정치인들은 그래서 속임수에 능하다. 어쩌면 국민들은 정치인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지 모른다. 매번 속다보니 정치 비관론에 사로잡혀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라는 자포자기 상태인 것 같다. 이런 풍토 속에서 솔직하고 정직한 후보가 당선 보다 유권자들을 더 잘 속이는 후보가 당선되기 싶다. 그래서 국민들은 후보가 어떤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인지 혹은 정직하고 충실한 인품을 가진 자인지 관심이 없다. 누가 당선되어도 다 마찬가지이라는 비관에 싸여 있다. 이런 유권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정치인들은 경력만 화려한 인물을 내세우면 된다. 이왕이면 저명한 인사일수록 더욱 안성마춤이다. 인기 연예인들이 종종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봐도 아마 이런 선거 풍조의 탓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들은 대선 후보를 두고 이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찍어주자는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박근혜 후보가 이런 풍조의 중심에 서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도 야당 후보이기 때문에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 덕을 보고 있지 않을까. 더더욱 이러한 언론 보도로 인해 유명인사가 된 사람이 안철수 후보가 아닐까.
그래서 대통령 선거가 어쩌면 인기투표가 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큰 불행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러한 유명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 일지 모른다. 그 재앙은 모두가 국민의 몫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 이후 5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지나 않을지 곰곰이 생각하고 호보를 선택하기보다 누가 되든 나와 상관이 없다는 듯이 유명한 사람이니까 아니면 우리 지역사람이니까 찍어주자는 식의 자포자기 선거 풍토가 겨울날씨만큼이나 차갑게 내려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