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키우는 인수위
'갈증' 키우는 인수위
  • 박성완 기자
  • 승인 2013.01.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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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별관 정문은 '오아시스'와도 같다.

취재에 목마른 기자들은 출근, 점심, 퇴근 시간 이 문으로 오가는 인수위원들을 둘러싼다. 넘어져도, 발이 밟혀도 이목은 끝까지 인수위원의 입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입들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열려도 나오는 말은 늘 비슷하다. '나중에, 죄송합니다, 고생하십니다' 류다. 가끔 농담이 나올 때도 있다. 홍기택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은 한 기자의 손이 어깨에 닿자 "성감대니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 밖의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인수위 관계자들과 접촉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들의 전화기는 꺼져있거나, 켜져 있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문자가 오긴 한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통화가 어렵습니다."

대신 인수위의 소식은 단일 소통 창구인 윤창중 대변인을 거친 뒤 기자실에 뿌려진다. 윤 대변인은 15일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당시 기다렸다는 듯 같은 말을 2번 반복했다.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투명하게 설명해드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인수위에 따라붙었던 '불통', '깜깜이' 등의 수식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터다. 하지만 대변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정제된 결정 사항만으로 목을 축이기에는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이 쏟아지고, 어김없이 윤 대변인과 취재진 간 신경전이 이어진다.

이 날도 그랬다. 윤 대변인이 "(질문한) 기자의 얼굴이 (영상 취재진에 가려) 안 보인다", "순서가 있다"며 2차례 질문을 끊자 해당 기자는 손을 들며 "이제 보이시느냐"고 했다. 윤 대변인의 뒤에서 이를 보다 못한 유민봉 국정기획조정 간사가 앞으로 나서서 질문을 받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계속됐을지도 모른다.

윤 대변인은 전날에도 최대석 인수위원의 사퇴 배경을 묻는데 왜 개인사를 늘어놓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어디 소속이냐", "말이 좀 심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런 현상은 인수위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설익은 정책이나 정보가 유출되면 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 인수위 내부의 상황도 차기 정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박 당선인의 뜻이 이것마저 차단하는 '폐구령'은 아닐 것이다.

윤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영양가 없는 내용이니 신경 쓰지 말라"며 "영양가가 있느냐 없느냐는 대변인의 판단"이라고 말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아이러니 하게도 입을 닫고, 영양가 있는 내용을 고를수록 인수위 출입기자들, 즉 국민들의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다. 인수위의 '불통'이미지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인수위와의 소통을 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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