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공포···시민 외면한 '상주시장'
염산공포···시민 외면한 '상주시장'
  • 박홍식 기자
  • 승인 2013.01.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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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법상 재판권을 행사하는 여러 법원 사이에서 재판권의 분장을 정해놓은 것을 '관할'이라고 한다.

법률적인 개념을 떠나서라도 관공서에는 업무의 분장 관계를 정해 놓은 관할 구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경북 상주시 관할 구역의 책임자는 당연히 민선 시장이다. 시민들은 관할구역을 책임지라는 의미로 시장을 선택했다.

시민들이 소중한 혈세를 모아 시장에게 권한을 예탁한 이유는 그가 무슨 문제가 생길 때 책임있는 해결사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염산 누출사고가 난 지난 12일 당일 오후 상주를 벗어났다.

구미 불산누출에 이어 인접한 상주에서 염산 누출사고가 터지자 온 국민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상주 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었다.

긴급 재난 상황에 관할 구역의 책임자가 향한 곳은 수백km 떨어진 부산.

2개월 전부터 약속됐던 부산향우회 모임과 출향인사 자녀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 위해 하루 전 일찌감치 관할 구역을 벗어난 것이다.

긴급 재난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할 시장이 1박2일 일정으로 누출 지역을 떠난 것도 모른 채 시민들은 상주시의 대처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 시민은 "향우회 모임과 주례 일정이 미리 정해졌더라도 긴급 상황을 고려해 당연히 취소했어야 마땅했다"고 시장의 처신을 질타했다.

성 시장은 "이번 사고의 경우 인적, 물적 피해가 없고 1차 수습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해 부시장에게 맡기고 부산에 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관할 책임을 '공탁'해 버린 것과 다름없다.

특히 성 시장의 주례는 선거법 제113조(기부행위) 위반 논란도 제기된다.

선관위는 "출향인사는 선거구민이 아니지만 혼주가 선거구민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시장의 이번 처신과 함께 주변의 고위 공무원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을 말리지 않은 점을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아니 말리지 못했다면 더 더욱 문제다.

평소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의사소통을 통해 교정하는 것이 보좌역을 맡은 공무원들의 역할인데 이들은 사실을 감추는데만 급급했다.

성 시장은 지난해 문화원이 주최한 신년교례회에서 전례 없는 특강을 50여 분간이나 진행해 일부 참석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그 날의 주제는 '상주의 역사'였다.

그처럼 해박한 지식과 함께 투철한 역사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던 '시장님'은 안타깝게도 재난 상황보다 학교 후배의 애경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자치단체장의 명예는 특권을 내부에 보관한 '예탁증서'가 아니다.

시민들의 안위와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 '공복'의 자리다.

【상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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