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 취득자만 구속?’…NYT 도난 한국 유물 사건 보도
‘장물 취득자만 구속?’…NYT 도난 한국 유물 사건 보도
  • 노창현 특파원
  • 승인 2013.01.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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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윤모씨 ‘호조태환권’ 장물 취득 혐의 구속

▲ ‘장물취득자만 구속?’ NYT 도난 한국유물사건 보도
‘장물애비는 괜찮고 장물 취득자만 구속하나?’

뉴욕 타임스가 도난당한 대한제국 호조태환권 원판을 미시간의 경매소에서 취득했다가 구속된 윤모씨(54) 사건을 28일 크게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판매자나 경매회사는 기소된 사람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일고 있다.

호조태환권 원판은 한국전쟁 중 한 미군이 덕수궁에서 훔친 것으로 지난 2010년 4월 미시간의 미드웨스트 경매소에 나오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 유물을 내놓은 캐이시 보그트라는 여성은 해군으로 복무한 친척으로부터 오래 전에 받은 것일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지난 9일 체포돼 현재 디트로이트 연방교도소에 구금된 윤씨의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경매를 앞두고 당시 미 국무성의 한 직원이 한국 대사관의 이종철 법무관에게 “한국에서 도난된 유물이 경매에서 매각되려 한다”고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대사관측은 경매회사인 미드웨스트 대표 제임스 아마토에게 불법 유출 유물일 가능성을 들어 경매 중단을 요청하고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매는 강행됐고 윤씨가 호조태환권 원판을 3만5000달러에 낙찰받았다.

호조태환권 원판은 1890년대 대한제국 정부가 제조한 것으로 가로 15.8, 세로 9.5㎝로 동판 재질로 돼 있다. 중앙에 ‘십냥’이라는 글자와 함께 한문과 한글로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라고 새겼고 지폐 장식 문양으로 조선의 왕실을 뜻하는 세 발톱을 가진 용 두 마리와 꽃들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라그레인지 칼리지의 조슈아 반 리우 교수는 “호조태환권 원판은 희귀성으로 미뤄 부르는 게 값”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윤씨가 경매 낙찰 후 한인 언론에 유물을 공개하고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유물을 찾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는 등 마치 인디애나 존스와 같은 존재로 스스로를 묘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드웨스트 경매소 관계자가 윤씨의 체포 사실에 놀라워 했지만 ‘국립도난재산법(NSPA)’을 위반한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경매회사 누구도 기소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연방 법무부의 지나 발라야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타임스는 이민세관단속국에 압수된 호조태환권 원판이 한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미 대사관 측이 “우리의 목적은 윤씨를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화재를 되찾는 것”이라는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윤씨는 지난 17일 뉴욕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낙찰에 성공한 후 주미 대사관 관계자가 전화로 밀반입된 유물일 수 있으니 결제를 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10여일 이상을 기다렸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후 경매장이 당장 결제를 하지 않으면 다른 입찰자에게 넘긴다고 해서 주미 대사관에 전화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정부가 하는 일이라 액션(일처리)이 빠르지 않다’면서 나에게 “난감하시겠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결제를 안 해 다른 사람(타민족)에게 넘어가는 것보단 내가 확보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한 뒤, ‘결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간 주미 대사관은 호조태환권을 장물이라고 확인해 준 적도 없고 한 번도 (연락이)없었는데 갑자기 체포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그게 장물이라면 경매회사가 가장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하는 거다. 낙찰받은 후 한국 유물을 경매장에서 찾았다고 한인 언론에 알려주기까지 했는데…”라고 항변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뉴욕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시장도 아니고 정식 경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는데 장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하고 “이번 경우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윤씨가 미국인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한인사회에 미술품 수집가로 잘 알려진 윤씨는 지난 2004년 소장한 거북선 실경화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고 2006년 7월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유작 16점 등 90점을 서울서 전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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