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지 빼면 볼게 없네, 권상우 영화 '그림자 애인'
장백지 빼면 볼게 없네, 권상우 영화 '그림자 애인'
  • 박영주 기자
  • 승인 2013.04.2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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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애인, 영화
권상우(37)와 장바이즈(33·중국)라는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다.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표방한 영화 '그림자 애인'(감독 판위안량)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한 물 간 러브스토리를 답습한다.

'그림자 애인'은 대기업 KNC의 상속녀 패리스(장바이즈)가 스키여행 도중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평소 패리스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애인관계를 유지해오던 KNC의 CEO 권(권상우)은 패리스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패리스와 똑같이 생긴 진심(장바이즈)과 마주친다.

권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회사가 넘어가기 전 회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진심에게 패리스로 가장, 진짜 패리스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한다. 진심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맡은 임무를 잘 해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에게 끌리게 만다. 권 또한 진심에게 매료되며 진실된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현대판 신데렐라의 특별한 1% 사랑찾기'를 내세운 영화다. 하지만 막상 속은 빤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권과 오랜 갈등을 빚어오던 여성의 갑작스러운 실종, 그 사이에 찾아온 착한 여자와의 운명적 만남은 이미 익숙한 사연이다. 재벌가 상속녀의 막무가내 성향, 착하지만 가난하고 수동적인 삶의 여주인공도 90년대 국내에서 유행한 스토리다. 시대착오적인 이야기에서 특별함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을 길이 없다.

극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속도감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 악명 높은 재벌기업 상속녀가 사라지자마자 등장하는 착하고 순수한 여자, 그 타이밍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너무도 갑작스럽다. 진심이 패리스의 삶을 대신 사는 과정에는 아무런 의심도 개입하지 않는다.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요소도 느슨하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차고 넘친다. 극 중간중간 첨가되는 내레이션도 지나치게 친절하고 거추장스럽다. 진심이 할머니를 닮아 나쁜 일을 볼 수 있는 예지력을 지녔다는 설정은 현실감을 떨어뜨릴 뿐더러 영화의 장르까지 모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권상우의 더빙이다. 귀에 익은 톱스타의 목소리가 아니다. 몰입도가 급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발성과 입 모양마저 따로 논다.

단, 장바이즈의 1인2역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파이란' '무극' '위험한 관계' 등에서 이미 몇 차례 국내 배우와 호흡을 맞춘 덕인지 권상우와의 투샷이 어색하지 않다. 순수하고 평범한 꽃집 여자 진심과 섹시하나 성격이 모난 재벌 상속녀 패리스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그래도, 장바이즈의 열혈팬이 아니라면 84분의 짧은 러닝타임조차 지루하게 느껴질 듯한 작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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