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유행처럼 번지는 '나 자살안해' 서약서
중국서 유행처럼 번지는 '나 자살안해' 서약서
  • 문예성 기자
  • 승인 2013.05.1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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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나 자살 안해'라는 서약서가 인터넷에서 유행이다. 이 서약서는 "나는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테니 혹시 나중에 불상사가 생기면 이는 꼭 문제가 있는 것이니 이 서약서를 본 네티즌들이 대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증명하는 문서적인 증거다.

최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서약서는 중국의 주요 SNS에서 며칠 동안 수십만 건 게시됐고, 지금도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들도 서약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자살 금지 서약서'가 중국에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연이은 투신자살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던 팍스콘 회사가 신입사원을 포함해 모든 사원한테서 필수적으로 받기로 한 서류 중 하나였다.

팍스콘 직원들은 피동적으로 서약서에 서명했지만 최근 유행되는 서약서는 네티즌의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상 이번 서약서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1000명 규모의 눙민궁(農民工·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주민) 시위를 촉발한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과 연관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돼 꾸준히 제기되는 여러 의문점에도 베이징 공안국은 "시신 부검 결과, 약물 중독이나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살로 결론내렸고, 피해 여성 유가족과 회사측이 합의하고, 유가족의 동의 아래 장례식이 치러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제 진실은 밝혀질 길이 없지만 이번 사건은 대표적인 피자살(被自殺·자살당한)사건이다. 피자살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 당국에 의해 자살로 규정된 사건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편 이 같은 서약서가 유행하는 것은 중국 사법제도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강한 불신의 표현이고, 불안감과 공포감의 표출이다.

중국 국민이 사법기관의 미흡한 수사와 불투명한 수사 절차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려는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혼란의 문화대혁명 시절 음모와 모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피자살됐다. 문화대혁명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중국인들은 그 공포감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오늘날까지도 당국에 의해 자살로 규명된 일부 반체제 인사의 사망에는 많은 의혹이 남아 있다.

시진핑(習近平)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줄곧 법치사회 건설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사법기관은 모든 국민이 사법 처리 과정에서 공평한 대우와 정의를 느끼게 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 표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자살 사건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법체제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련된 개혁을 진행하지 않고, '나 자살 안해' 서약서 등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지속된다면 이는 일당독재 정권을 흔들거나 뒤집는 거대한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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