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답답하다
여의도는 답답하다
  • 남문현 부국장겸 정치부장
  • 승인 2013.11.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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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정가에는 요즘 답답하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유는 ‘도대체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협의와 타협, 소통을 수단으로 하는데 청와대와 정부쪽 하고는 이 것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의 정무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임명한 순수 외교관 출신의 박준우 정무수석은 여의도의 ‘예상’대로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박 수석이 발탁됐을 때 여의도는 상당히 뜨악한 분위기였다.

그가 업무수행에 나선지 3개월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도대체 정무수석이 있나”라는 볼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그가 갖는 ‘태생적 한계’가 너무 커 보인다.

그가 여의도를 주 활동무대로 했던 기존 정무수석 역할의 영역을 외교문제와 지역현안까지 챙기며 새롭게 만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일각에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스타일답게 조용히 의원들과도 접촉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여야청간의 긴밀한 소통채널이라는 기본적 역할이 너무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다. 단순히 의원들을 만나 밥만 먹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과거처럼 야당과 야합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국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막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지도부, 의원들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이 국회와 협력적,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정무수석의 핵심 기능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각종 이슈가 잇따라 터지며 대치, 냉각 정국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야 한목소리로 나오고 있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사석에서는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무얼 믿고 저렇게 천하태평, 배짱이냐는 식이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 그대로 쌓여있는데도 정치권에 대해 거만해서인지, 무지한 탓인지 설득은커녕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국회, 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만 인정치 않겠다는 자세인양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에서는 현 부총리에 대해 일종의 ‘괘씸죄’까지 발동, 정부 정책에 더 강경하게 따지고 법안의 국회처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여당 의원들 상당수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설득하는 등 도와주려 해도 무성의한 정부에 대해 더 불쾌감을 느끼고 외면하려 하고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당리당략적 사고나 시각으로 정쟁만 일삼아온 정치권의 자업자득일 수 있다.

여야는 그런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원칙을 강조하고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도 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칙만 있고 재량이 없다면 아래서 소신껏 역할을 수행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여야, 정치권과의 소통에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들이 충분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국정 운용에 막대한 차질을 야기하면서 박 대통령이 내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회복기미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성장에도 큰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입법권을 지닌 국회가 행정부를 돕지 않는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협조는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청와대, 정부는 정치권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는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정무적 기능이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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