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 갖지 마"…교육시킨 금융사기단
"죄의식 갖지 마"…교육시킨 금융사기단
  • 강승우 기자
  • 승인 2013.11.1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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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역할 분담, 은밀한 점조직
▲ 중국서 금융사기단 조직 꾸린 총책 등 64명 검거
역할별로 분담하며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게 금융사기 행각을 이어오던 전문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본거지를 두고 금융사기단을 꾸린 이들은 전화유인책, 대포통장 모집책, 피해금 인출책 등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특히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죄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정신교육까지 받았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들 범행에 끌어들이는 전화유인책

전화유인책은 해커들이 불법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작위로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전화를 거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범행에 직접 끌어들였다.

최대 4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활동해왔다.

이들은 보증보험료와 인지세 등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대출빙자 사기', 자녀납치위장 등 '보이스피싱', 가짜 은행사이트(피싱사이트)에 보안장치를 필요하다며 아이디와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입력하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파밍' 등 그 수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사기 범죄 초기만 해도 어눌한 한국말을 사용하던 조선족에서 피해자들의 의심을 덜기 위해 한국인들을 고용해 범행을 이어가는 추세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수료 챙겨 대포통장 넘기는 전문모집책

대포통장 전문모집책들은 전국을 지역별로 나눠 활동하며 범행에 동조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대포통장을 산다는 광고를 냈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은 개인통장 또는 유령법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뒤 모집책에게 개당 10~20만원을 받고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건네줬다.

모집책들은 이렇게 확보한 대포통장을 개당 50~60만원을 받고 중국조직에 팔아넘겼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400여개의 대포통장을 압수했다.

경찰은 모집책들이 쉽게 돈을 벌 목적으로 가담했다가 중간에서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을 알고 범행을 지속해나갔다고 덧붙였다.

◇피해금, 환치기 통해 조직에 넘긴 인출책

피해금인출책은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대포통장으로 송금한 피해금을 인출해 중국 조직에 넘겼다.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이들은 대포통장 모집책으로부터 미리 전달받은 현금카드와 비밀번호 등의 정보로 현금을 손쉽게 인출했다.

이들이 인출한 돈은 국내에 있는 환전상의 계좌에 입금됐고 이 돈은 또다시 중국에 있는 환전상의 계좌로 입금되는 등 여러 단계의 세탁과정을 거쳐 교묘하게 중국 조직으로 전달됐다.

인출책은 이 과정에서 통상 인출금액의 10%가량을 챙겼다.

이들은 국제전화와 인터넷 메신저, 모바일 채팅앱을 이용해 조직 본부와 직접 연락해 범죄 정보를 주고받았다.

경찰은 이들 또한 중국 조직에서 금융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계해 범행에 가담해왔다고 밝혔다.

◇금융사기단 총책, "죄의식 갖지 마" 교육

금융사기단 총책 박모(35·인천)씨는 중국 지린성 옌지시내에서 한 오피스텔을 빌려 조직의 본부로 운영하면서 전화유인책들을 직접 관리해왔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알게 된 금융사기단 조직원의 소개로 중국으로 넘어간 박씨는 전화유인책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속해 있던 조직을 통해 범행 수법 등을 익히며 활동 무대를 넓힌 박씨는 지난 6월부터 금융사기단 조직을 꾸려 총책으로 있으면서 범행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박씨는 죄책감을 느끼는 일부 조직원들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수시로 정신교육을 시켰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에 회의를 느끼던 일부 조직원들이 박씨의 지속적인 정신교육으로 결국 기계처럼 범행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출입국 기록 등을 토대로 박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입국해 인천시내의 한 빌라에 있던 박씨를 지난 8일 붙잡았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중국에 본부를 두고 해커들을 동원해 불법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금융사기단 조직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총책 박씨와 대포통장 공급책 정모(31·부산)씨, 피해금 인출책 한모(38·안산)씨 등 11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통장을 개설해 돈을 받고 팔아넘긴 53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능범죄수사팀장 양영진 경감은 "수수료나 보증보험료 등 어떤 명목으로도 대출희망자로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대출사기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모두 불법"이라며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의 대출광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경남지방청 홈페이지에서 보급 중인 '파밍캅'을 설치하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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