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의 외침을 가볍게 보지 말라
성직자들의 외침을 가볍게 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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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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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22일 오후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하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발끈하며 불순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박근혜대통령 사퇴 요구에 대해 사회 갈등과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몰아가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보도보다 비판을 앞세우는 우리 언론의 태도를 보면 정언유착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제단들의 시국 미사와 현 정권의 규탄이 갈수록 종교계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정태효 목사는 “우리가 그동안 싸우며 이뤄왔던 민주적 토대들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목정평 목회자들 모두 강하게 품고 있다”며 “단순한 특검 진상 조사 촉구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지난 주말 시국 미사를 통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것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사회 영역도 아닌 일부 종교계에서 집단행동을 보인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대응책은 한스럽기만 하다. 고작 이런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모든 보수 언론매체를 총 동원하여 비난과 더불어 초기 진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 이를 축소하고 비난만 일삼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사태를 더욱 키우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국불안을 더욱 확대시키는 꼴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제복 뒤에 숨어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민현주 대변인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정의구현인가”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의 분노와 비난은 더욱 옹졸하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사제들은 사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마치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가기 위한 사회 불순세력의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한 것이나 더 나아가 “사회 불순세력들이나 하는 그런 행태를 보이는 사제단은 종교인으로서 일탈한 가짜 사제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그런 행동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런 여당의 태도는 진짜 현 시국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대응 방법도 과거 군사 독재시절과 똑 닮았다.

야당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진작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여당과 보수층들이 표현의 자유를 비난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천주교 사제단들의 시국미사는 바로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사회정의가 바로 잡길 바라는 양심적인 성직자의 신앙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의 순수한 정의로운 뜻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한 천박한 이기심에 불과하다.

성직자들은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과 선을 추구할 뿐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의로운 외침이다. 이들 성직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는 것이 가장 민주주의적인 정치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이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억압하려 든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갈등과 불안이 지배할 것이다. 현 정권과 새누리당이 종교계의 사태를 결코 소홀하게 보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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